▲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노동법률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앞에서 탄력적근로시간제 확대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여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연일 기업인들을 만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애로사항을 들으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 장관은 14일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현장 의견을 듣겠다"며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기업 노사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했다. 15일에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인들을 만난다.

정부·여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수록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견이 표출됐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법률·보건·시민·사회단체까지 "노동시간단축에 역행하고 과로사를 조장한다"며 반대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재갑 장관 "탄력근로제 도입하면 긍정적 효과"

이재갑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윈팩·한국몰렉스·모두투어 네트워크 노사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탄력근로제 도입·운영 경험을 듣겠다고 마련한 자리다.

이 장관은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탄력근로제 같은 유연근무제 활용률을 높이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등 일하는 방식을 개선한다면 근로자들의 직무만족도가 높아지고 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도 노동시간단축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반도체 메모리 후공정 전문업체인 윈팩은 올해 7월 노동시간단축 시행 이후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서 휴일근무시 법정노동시간 한도 초과 문제를 해결했다. 임금구조를 개편해 탄력근로제 시행에 따른 임금삭감이 없도록 했다. 안산 소재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한국몰렉스는 탄력근로제·시차출퇴근제·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주당 평균 8시간 이상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2014년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모두투어는 노동자 개인 여건에 맞게 업무시간을 조정하면서 노동자들이 일·생활 균형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이 장관은 최근 언론인터뷰나 국회에 출석해 탄력근로제 기간을 늘릴 경우 노동자 건강보호 방안과 임금보전 방안을 보완책으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탄력근로제 도입 모범이라고 부른 기업들의 사례를 볼 때 노동부가 준비하는 보완책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모두투어 사례처럼 노동자 개인이나 노조가 탄력근로제 운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방안, 독일·프랑스·싱가포르처럼 일·주·월·년 단위로 노동시간 상한선을 정해 건강권을 보호하고, 일정 노동시간 이상은 연장근로수당을 주도록 규정해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노동전문가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전제로 해서는 어떤 보완책도 제도와 상충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인 최은실 공인노무사는 "탄력근로제는 연장근로나 장시간 노동을 별도 비용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제도"라며 "정부가 임금보전 방안이나 노동시간 상한선을 내놓더라도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상태에서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이며, 재계가 보완책을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노무사는 "보완책이 마련된다고 해도 노동자들이 제도를 숙지하거나 노동청 근로감독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이상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에서도 "탄력근로제 성급" 지적

한편 정부·여당 의지만큼 탄력근로제 확대가 쉽사리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탄력근로제 확대에 공개적인 반대의견이 나온다. 한국노총 의료노련 위원장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력근로제 논의가) 당사자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진행된 것처럼 보여 아쉽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노동시간단축 취지를 무력화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외 반대 전선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노동법률단체와 노동·시민·사회·보건단체가 모인 '과로사OUT 공동대책위원회'가 각각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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