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진 공인노무사(서비스연맹 법률원)

지난 6월15일 대법원은 7년간을 끌어온 학습지교사 사건에서 학습지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학습지노조는 노동조합설립신고사항변경신고증을 받았고 단체교섭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교섭요구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했다. 학습지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학습지 회사들은 학습지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며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학습지노조는 주식회사 교원구몬과 주식회사 대교를 상대로 두 건의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했다.

문제는 교원구몬 사건에서 발생했다. 대교 사건에서 교섭요구사실 공고 의무를 인정한 것과는 달리 교원구몬 사건에서는 “학습지교사의 소득이 수수료에 ‘온전히’ 의존한다고 볼 만한 판단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 내용을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해 교원구몬 학습지교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정신청을 기각했다. 노동조합설립신고사항변경신고증을 받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은 간과됐다.

학습지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 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자료 제출 및 초심판정에서의 판단 논리에 대한 반박이 이뤄졌다.

심문회의 직후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일어난다. 중앙노동위는 “의결결과 알림” 공문으로 초심 판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했음을 통보했음에도 다시 “의결결과 알림(정정)” 공문을 발송해 “초심과 판단논거를 달리하여 초심 취소 통보하였으나 노동조합 신청을 기각하는 결론은 같으므로 초심유지로 정정함”이라는 사유를 통해 심판위원회가 초심판정 유지 결정으로 정정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며칠 후 발송된 재심결정서에서 중앙노동위는 노조법상 근로자 여부에 대해 “당사자 간 다툼이 있다”라고만 지적한 채 판단은 하지 않고 교원구몬이 학습지노조의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할 필요가 없는 사업장이라고 판단했다.

중앙노동위는 유일노조라면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해석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를 근거로 복수노조를 전제로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의무를 교원구몬에게 부과할 수 없다고 했다.

중앙노동위가 학습지노조가 교원구몬에서의 유일노조라고 확신한 결과였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 몇 개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중앙노동위 판단에는 큰 문제가 있다. 중앙노동위는 초심 지노위 판정(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것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채 유일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부정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일체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불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근거로 삼은 판례에도 문제가 있다. 중앙노동위는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노동조합이 있다고 보여도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판례(서울고등법원 2014. 3. 19. 선고 2013누16175 판결, 상고포기로 확정)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비밀리에 산별노조에 가입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복수의 노동조합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현실도 간과했다.

특히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노동조합이 있어도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던 그간의 노동위원회 결정을 뒤엎은 것이다.

이처럼 교원구몬 사건은 ① 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근로자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한 문제 ② 재심에서의 근로자성 판단 유보 문제 ③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그간의 결정을 뒤엎은 문제 ④ 애초 사건 결과 통보를 정정한 문제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의 연속이었다. 결과적으로 중앙노동위가 교원구몬의 교섭거부 방침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대법원에서 근로자라고 판결을 한다 해도 이를 계승하는 일관성 있는 판단이 내려져야 노동 3권이 실현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중앙노동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교섭요구사실공고 의무와 관련해서는 “특이하게 판단했다”, 사건 결과 정정통보에 대해서는 “이례적이다”라고 답변했다. '특이'하고 '이례'적인 판단은 7년 만에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학습지교사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것이다. 이들을 또다시 기나긴 투쟁에 내몰아서는 안 된다. 10월 방송연기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도 인정된 상황에서 노동위원회의 공정한 판단을 갈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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