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대병원 원청 정규직과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을 했다. 이달 9일 시한부 공동파업에 이은 두 번째 원·하청 공동파업이다. 노동자들은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통해 안전한 병원을 만들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직접고용하면 기존 직원 임금 하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분회장 최상덕)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병원측은 용역노동자의 직접고용을 거부함으로써 병원 내 감염관리 사각지대를 넓히고 업무 비효율을 유지하겠다고 한다”며 “인력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로 사직이 이어지는데도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출정식에는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한 조합원 700여명이 참석했다.

공동파업에 앞서 병원측이 원·하청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병원 행정처는 지난 12일 오후 전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파견·용역업체 직원이 본원 직원으로 전환되면 병원 인건비가 크게 증가해 재정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의 총인건비 인상률 지침을 준용하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채용에 어긋나고 본원 직원과의 갈등이 우려된다”며 “노조 주장대로 본원 직원으로 전환되면 기존 직원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상덕 분회장은 “최순실과 박근혜에게 잘 보인 대가로 채용된 서창석 병원장이 감히 정규직 전환에 공정채용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며 “헬스커넥트 영리자회사 사업으로 수백억원을 날리고 건물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면서도 환자 안전을 위한 인력충원 요구는 비용 탓을 한다”고 비판했다. 분회는 인력충원과 직접고용 외에도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 철수, 어린이병동 급식 직영화, 의사성과급제 폐지 등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요구도 함께하고 있다.

“직접고용, 예산 문제 아닌 경영진 의지 문제”

서울대병원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체를 올해 8월 구성했다. 이달 2일 열린 회의에서 병원측은 자회사 설립안을 제시했다. 본원 간접고용 노동자 682명 중 운전기사와 사무보조원 등 20명만 직접고용하고 청소·시설관리·환자이송·급식업무를 하는 580명은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80명은 일시적 사업이라는 이유로 전환대상에서 제외했다.

출정식에서 최경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은 “예산수반기관이라 정부 예산통제를 더 받는 국민연금공단은 기간제와 용역 등 비정규직 1천300명을 모두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직접고용 전환은 예산 문제가 아닌 경영진의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분회는 이날 오후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정부에 인력충원과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분회는 장기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비쳤다. 분회는 “병원측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15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무기한 파업을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출정식에 참석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감옥에 있을 때 서울대병원 동지들이 엽서를 많이 보내 줘서 추운 겨울을 잘 이겨 낼 수 있었다”며 “연대의 힘 덕분에 이제 해고자가 아니라 복직대기자가 됐다”고 전했다. 한 전 위원장은 “우리가 단결하고 연대할 때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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