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3개월 앞둔 지난해 2월 <주간 문재인 6호>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를 가리켜 "이상한 사장님"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영상에서 "특수고용직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9개월이 지난 2018년 11월 현재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년 넘게 "실태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장 노조간부와 노동자들이 '이상한 사장님'으로 사는 고충을 담은 글을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건설기계·화물운송·플랫폼 노동자와 방송작가·경마기수·제화노동자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편집자>
 

황순도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경마기수지부장

나는 1998년 6월 경마기수로 데뷔했다. 경마는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중 레저스포츠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부산·제주 3개 경마장에서 경마기수 114명이 활동하고 있다.

경마기수는 직업운동가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다. 그러나 자기 결정권이 거의 없는 경마기수는 개인사업자라기보다 노동자에 가깝다. 경마기수들은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2년간의 합숙교육을 거쳐 면허를 취득한 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매년 면허갱신 여부가 결정되며, 마사회가 각종 사안에 대해 제재 처분을 한다.

경마기수는 서울 기준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6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경주마 훈련을 한다. 토·일 경주 출전, 목·금 모의경주 같은 일과가 있으며 조교사(감독) 지시에 따라 훈련과 경주에 참여함으로써 소득을 발생시킨다. 한국 경마는 매출액 규모 세계 7위로 국제경마연맹에서 PART Ⅱ 국가로 분류하는 경마선진국이다.

이러한 외연과는 달리 한국 경마기수들은 높은 재해율에 시달리며 온전한 재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최근 5년간 경마기수 평균 재해율이 138%에 이른다. 이는 1년에 경마기수 전체가 한 번 이상 골절 등으로 병원에 간다는 얘기다. 부산과 제주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서울에서만 85년 기수 S씨가 경주 중 사망한 이래 5명의 기수가 경주나 훈련 중 사망하고 한 명이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기수 P씨가 척추에 40% 장애를 입고 경마장을 떠났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10만명 당 중대사고비율 조사에서 경마가 128명으로 가장 위험한 스포츠로 밝혀졌다.(스카이다이빙 123명으로 2위·스쿠버다이빙 11명 6위.) 120여개 경마장이 있는 미국에서는 많은 주에서 경마기수 재해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법을 적용하거나 기금을 조성해 산재에 준하는 재해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경마기수에게 재해보상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반면 마사회가 직접 책임지는 한국 경마기수 재해보상제도는 사망·고도후유장애 5억원 보험제도가 유일하다. 이 제도는 2004년 기수 Y씨의 낙마 사망사고를 계기로 실시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은 다수 주가 100만달러 보험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중대사고가 아닌 일상적인 사고의 경우 기수들이 벌어들인 상금 일부를 재원으로 기수협회가 치료비와 기초생계비(일종의 휴업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현행 기수 재해보상 시스템은 치료비 인상률에 못 미치는 상금인상률, 10년째 동결된 휴업급여, 80% 미만 장애에 대한 보상제도 미비 같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마기수는 마사회가 면허 부여나 갱신권·제재처분권을 가지고 있고 훈련과 경주에서 조교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또한 주어진 활동시간 계획에 따라 활동하고 보수를 받는 노동자임에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산재보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다.

연간 매출 7조8천억원, 세금 1조8천억 납부, 200억여원의 사회기부 활동 등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경마산업의 최일선에서 죽음과 부상 공포를 무릅쓰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주로를 질주하는 경마기수 노동자의 화려한 이면에는 항상 재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재해의 심각성은 경마팬의 환호에, 우승의 영광에, 개인사업자라는 허울에 가려져 있다.

오늘도 경마기수들은 경주로를 달린다. 결승선을 향해, 죽음과 사고의 위험을 뒤로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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