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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어디로 가고 있나 ①] 제주 사망사고 후속조치에서 드러난 문제점김경희 민주노총 제주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현장실습제주공대위 사무국장)
▲ 김경희 민주노총 제주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현장실습제주공대위 사무국장)

1년 전 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죽음 이후 유족은 진상규명·재발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올해 2월 교육부가 학습중심 현장실습을 내세워 선도기업을 선정한다고 밝혔지만 선정·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현장실습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한 도제학교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11월19일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하던 고 이민호군이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현장실습대응회의>가 이민호군 1주기를 추모하고 남은 과제를 되짚는 차원에서 연속기고를 보내왔다. 5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모두가 약속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2017년 11월19일, 고 이민호 학생은 사고발생 10일 후 열여덟 번째 생일을 사흘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로 인한 실습생들의 비극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 민호 학생의 죽음은 제주도를 넘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전국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제주에서는 26개 노동·시민단체와 정당이 모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전국 곳곳에서 추모촛불이 밝혀졌고, 그동안 묻혀 있던 실습생 재해사실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애도 목소리와 촛불행동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했다. 교육부와 노동부는 합동조사를 진행했다. 참으로 많은 주요 인사들이 장례식장을 거쳐갔다. 기관 장을 비롯해 당대표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찾아온 국회의원은 사고에 애도를 표하면서 너나없이 유족 손을 잡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눈물도 흘렸다. 김상곤 당시 교육부총리도 방문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 '실검 1위'

2017년 12월1일, 교육부는 “모든 현장실습생의 안전을 확보하고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2018년부터 전면 폐지한다”며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로 “현장실습 폐지”가 올랐다.

그런데 실질적인 내용은 폐지가 아니었다. '학습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지만, 실질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학습중심 현장실습 조기정착 방안'도 과거 주먹구구식 개선안을 넘어서지 못했다. “학생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실습할 수 있도록 현장실습 기업 후보군, 현장실습 선도기업 등을 통해 안전한 산업체의 정보를 학교에 제공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안전한 산업체'라니…. 전국 수만 명의 실습생 목숨을 걸고, 교육부가 거만해도 이렇게 거만할 수가 없다. 학생들의 안전을 누가 어떻게 보장한다는 것인가!

"안전한 곳은 없다" 민호 학생 죽음이 근거다

민호 학생 장례식 다음날, 노동부 제주센터는 사고현장에 유족 3명과 대책위 관계자를 불러 노동부에서 파악한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설명했다. 공장이 재가동 될 때 다시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사항을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망 이후 100일이 지날 때까지 노동부는 감감무소식이었고, 공장은 재가동됐다. 뒤늦게나마 재발방지조치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으나 노동부는 거부했다.

유족과 대책위가 2박3일 상경투쟁을 통해 국회를 방문하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야 사고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확인 결과 진상규명을 위해 점검돼야 할 기계오류는 점검조차 되지 않았다. 재발방지를 위한 방호울타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있었다. 위험한 곳에 설치돼야 할 센서도 미비했다. 전반적으로 부실했다. 학생이 사망해 전국적인 이슈가 된 라인 1개의 소규모 공장조차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데, 전국 수많은 현장의 안전을 누가 어떻게 보장한다는 것인가!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선도기업인증제’가 얼마나 허구인지는 민호 학생 죽음이 보여준다. 실습생이 사망한 공장 노동안전도 제대로 점검돼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죽음의 현장에 학생들을 내모는 학습형 현장실습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사회적 타살을 개인이 감내하는 현실

유족은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결국 부모의 잘못이라고 끊임없이 자책하며 지쳐 가고 있다. 유족 상경일정 이후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이 제주까지 방문해 "교육부와 협조하에 현장실습제도를 점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때 뿐이다.

민호 학생 죽음에 많은 이들이 미안해하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는 그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기 때문이다. 사고 후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장례식장에 찾아와 손을 잡으며 재발방지 노력을 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은 현장실습 관련 의무 위반시 사업주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한 것에 머물렀다. 노동부는 사업장 안전보건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10월 제주 삼다수 생산라인에서 똑같은 이유로 30대 노동자가 희생됐다. 교육부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습형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선도기업'을 선정해 또다시 실습생을 산업체에 내보내려 한다. 1년 동안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민호 학생 유족은 옆에서 봐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슬픔과 자책, 분노로 가득 차 있다.

고 이민호 학생 1주기를 맞아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동이 진행된다. 추모행동이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국민의 마음이 모아지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김경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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