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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시도 멈추라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이달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희한한 합의가 있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협의체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현재 3개월인 산정기간을 1년까지 연장하겠다고 한다. 아마 노동시간에 관심이 많은 현장 노동자들 말고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그저 생소한 말일 뿐일 게다. 그만큼 잘 사용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돼 굳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촛불을 전후해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지도 오래다. 그래서 올해 봄 국회에서는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축소하고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도입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줄어들 임금 보전방안 등에서 일부 부족은 있었지만 "장시간 노동 OUT"이라는 대장정이 우리 사회에서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기업과 정부 일각에서는 ‘기업과 경영의 어려움’을 핑계로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시행 유예"와 "예외 확대"를 주장했다. 그럼에도 나름 믿을 만한 정부가 있었기에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7월1일 시행을 며칠 앞두고서 정부 입으로 "6개월 처벌 유예"를 선언했다. "준비부족과 현장지도 기간"이 이유였다. 여러 차례 밝혔듯이 이런 행정집행은 위헌이다. "형사처벌 하라"는 법률이 있는데 행정부가 어찌 그 집행을 막을 수 있는가. 입법부는 물론 사법체계를 흔드는 발상이다.

이마저도 '6개월만 기다리자' 생각하고 참았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언론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 단위기간인 3개월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실리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여당도 동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아예 두 팔 걷어붙이고 앞장을 서고 있다. 결국엔 5일 청와대에서 대통령마저 사실상 동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은 그 자체로 노동조건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3개월 평균해 1주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지 않으니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51조4항)은 “기존 임금 수준이 낮아지지 아니하도록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하라”로 명하고 있다. 이미 법은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노동자에게 불이익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결정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는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보다 더 큰 불이익이 어디 있는가. 매일 일정한 시각에 출근과 퇴근이 예정돼 있는데 그 시각이 갑작스레 변경된다면 생활상 불편함이 어떨지 상상해 보라.

무엇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노동자 건강과 생명안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 하루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특정한 주(WEEK)의 노동시간이 최대 64시간까지 가능하다고만 정하고 있으므로 여러 주 연속으로 64시간씩 작업에 투입되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은 아니다. 생각해 보자. 64시간 연속으로 수주간 일하며 버틸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이런 염려에서 우리 노동제도는 이 정도 수준의 노동을 강력히 제한하고 있다. 이만한 노동시간으로 뇌심혈관질환을 얻게 된다면 곧장 산업재해가 된다. 예를 들어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환의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거봐, 그럴 줄 알았지!” 정부의 무심한 태도에 혀를 차는 노동자가 적지 않다.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에 기대를 걸었던 수많은 현장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노동시간을, 그것도 6개월이나 양보하고 참았는데 이제는 아예 통째 원상복귀를 시키겠다는 게 아닌가. 한참 후퇴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심지어 정부가 앞장을 섰다. 논의를 하더라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토론과 설득을 거듭해야 할 이토록 중요한 문제를, 불과 정치인 몇몇과 점심 밥상을 뒤로하고 날름 ‘합의’한 것이다. 우리가 어렵게 마련한 사회적 대화를 정치인들과 정부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쉬운 길을 두고 어렵게 가는 이유를 알 길이 없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산정기간 확대 합의는 폐기해야 한다. 대안은 사회적 대화로 마련해야 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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