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하청업체 공장장이 조선경기 불황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면 업무상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이 "조선소 일감이 줄어 발병 전 근무시간이 주 64시간을 넘지 않았고, 뇌경색은 지병인 대뇌동맥류 때문"이라며 산재불승인 판정을 내렸는데 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법원은 수주물량이 줄어 원치 않게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기존 질환인 뇌동맥류를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6일 법무법인 조앤김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판사 심홍걸)은 현대삼호중공업을 퇴사해 하청업체 공장장으로 재취업한 박아무개씨가 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박씨는 2014년 12월31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나와 2015년 1월1일 하청업체인 현대힘스 공장장으로 취직했다. 박씨는 퇴직할 당시 대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박씨는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원청인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선박블록 제조업무를 도급받아 10개 하청업체에 재하도급을 주고 관리하는 업무를 했다.

그런데 박씨가 재취업을 한 뒤 조선업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결국 2016년 11월부터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야간작업을 중단했다. 일부 하청업체들은 무급 순환휴직과 인원감축 같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재하도급업체 대표와 언쟁하는 일이 잦았다. 같은달 28일 박씨는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에 실려간 그는 뇌지주막하출혈과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법원은 "박씨가 수주한 물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발하는 재하도급업체 대표들과의 갈등, 원치 않게 명예퇴직을 해야 하는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 역시 상당한 스트레스였을 것"이라며 "실제로 쓰러진 당일에도 반발하는 하도급업체 대표와 심한 언쟁을 하면서 생리적 변화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이런 스트레스가 기존 질환인 대뇌동맥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박씨의 뇌경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