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 불법파견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과 권혁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과 관련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6일 “공무원이 감독대상인 대기업과 은밀히 소통하며 감독 결과를 뒤집은 사건에서 공개적·고의적 증거인멸 행위를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며 법원의 영장 기각을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정현옥 전 차관과 권혁태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언학 부장판사는 “피의자들 사이의 공모나 관여 사실이 특정되지 않았고 이를 뒷받침할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며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정 전 차관의 단독범행 부분과 관련해서도 당시 피의자의 지위나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판결에 비춰 볼 때 삼성측에 직접고용을 권유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 반드시 위법·부당한 조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동부의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 은폐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판결에 영향을 미쳐 노동자들이 패소한 측면이 있는데, 오히려 법원이 1심 판결에서 근로자 파견관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영장기각사유로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오기형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책위원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삼성 눈치보기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이 스스로 오류를 정정할 기회를 버렸다”고 비판했다.

정현옥 전 차관과 권혁태 청장은 노동부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여부를 감독할 때 삼성에 유리하게 감독 결과를 바꾸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는 7월 두 사람을 포함한 노동부 전·현직 고위공무원 1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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