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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기본협약 비준 절차와 바꿔야 할 법·제도 4] ILO 기본협약과 쟁의행위권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공약 이행은 더디기만 하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다루고 있으나, 논의가 순탄치 않다. 선 비준-후 입법론이나 선 입법-후 비준론처럼 비준 절차·방법에서도 이견이 있다. ILO 기본협약 비준 이후 국내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민주노총 법률원이 ILO 협약 비준 절차와 ILO 협약을 비준하면 달라지는 국내 법·제도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1. ILO 결사의 자유 협약과 쟁의행위권 보장

ILO는 1926년 이후 내부기구인 전문가위원회, 결사의 자유 위원회, 조사위원회에서 결사의 자유 협약(87호 협약)에 쟁의행위권이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전문가위원회는 “쟁의행위권은 근로자와 그 단체가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이익 증진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필수적 수단의 하나”라고 하여 쟁의행위권을 일반적으로 인정했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여러 사건의 판정에서 87호 협약 3조를 쟁의행위권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쟁의행위권은 87호 협약에 의해 보호되는 단결권의 내재적인 필연적 귀결이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조사위원회도 동일한 의견이다. 즉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은 쟁의행위권을 보장하고 있다.

2. 대한민국 쟁의행위권과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대한민국의 쟁의행위권 보장 현실은 ILO 결사의 자유 협약에 비춰 어떠한지 살펴보자.

첫째, 평화적인 파업에 업무방해죄(형법 314조1항)를 적용하는 문제다. 대법원은 2011. 3. 17. 선고 2007도482 판결에서 종전 판결을 변경해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업무방해죄 구성요건 해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례와 관련해 평화로운 파업을 체포·구속으로 위협·방해하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도 1865호 진정사건에 대한 보고서에서 대법원 판례(2007도482 판결)는 기준이 지나치게 넓고 평화적 파업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파업에 대한 제한을 업무·거래 방해와 연계시킬 경우 정당한 파업이 폭넓게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 쟁의행위 목적에 대한 협소한 해석 문제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단체교섭과 관련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고(대법원 90누4006 판결),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 있어야 한다(2007두12859 판결)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대해 목적을 너무 협소하게 보아 근로조건 유지·개선과 관련돼 있는 사항들(구조조정, 노동법 개정)과 관련한 쟁의행위조차 위법하게 본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파업의 목적은 직업적 성질을 가진 집단적 요구나 근로조건 인상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 문제와 근로자의 직접적인 관심사인 기업에 직면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추구하는 것도 포함되고, 전국 규모 파업(전국적 수준 총파업)은 그 목적이 경제·사회적인 것이고 순수하게 정치적인 것이 아닌 한 정당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셋째, 광범위하게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 문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에서는 파업참가자 50%까지 사업 외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다. 또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철도와 도시철도사업, 항공운수사업, 수도사업, 전기사업, 가스사업, 석유정제와 석유 공급사업, 병원사업, 혈액공급사업, 한국은행사업, 우편 등 통신사업과 같이 공중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까지 지나치게 넓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해 지나치게 쟁의행위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도 1865호·1629호 진정사건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쟁의행위권이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사업에서만 제한되도록 노조법 71조2항의 필수공익사업 목록을 수정할 것,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서비스 분야 파업노동자 대체를 위한 사업장 외부노동자 고용을 제한할 것 등을 권고했다.

3. ILO 기본협약 비준 필요성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근로자 근로 3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 원리를 경제의 기본질서로 채택하면서, 노동관계당사자가 상반된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계급적 대립·적대적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활동 과정에서 서로 기능을 나누어 가진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때로는 대립·항쟁하고 때로는 교섭·타협의 조정 과정을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복지국가 건설의 과제를 달성하고자 함에 있다”고 밝혔다(92헌바33결정).

노동기본권이 더욱 보장되면 나라가 위기에 처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노동기본권이 보장된 역사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발언이다. ILO 기본협약 비준을 통해 노동자의 쟁의행위권을 국제수준에 부합하게 보장하고 문제로 지적돼 왔던 노조법을 개정하는 것은 이 사회의 유지·발전을 위한 길이다. 더 이상 ILO 기본협약 비준을 늦춰서는 안 된다.

조현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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