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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해고병원!장수국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장수국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지난주 금요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앞에서는 추워진 날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해고병원!"이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금천구에 위치한 이 병원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요양치료 잘하는 곳" 혹은 "1등급 병원 인정받은 곳"이라는 홍보글이 올라온다. 홍보글에는 해당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등급 요양병원’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이 빠짐없이 언급돼 있다.

반면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려 보면 홍보글과 전혀 다른 내용이 가득하다. <30분씩 환자 13명 돌봐 … 복수노조 악용해 노동력 착취> <"생리대 갈 시간도 없이 일해요" … 요양병원 작업치료사의 외침> <정규직이냐, 계약직이냐 … 병원의 이상한 계약서> <부당하게 해고된 치료사 복직시켜라> 등 주로 병원에서 일어나는 가학적인 인사관리와 노동조합 탄압으로 발생한 해고사건에 관한 내용들이다.

해당 병원은 확실한 위계질서를 가진 곳이었고, 성희롱이 만연한 곳이었다. 치료사들의 노동조건은 병원 입맛에 맞게 수시로 변경되는 곳이었고, 숙련된 치료사들보다는 인건비가 적게 드는 저연차 치료사들을 사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너네는 시집 안 가냐?”거나 “우리 너무 오래 본 것 같다”라며 숙련된 치료사들을 내팽개치는 곳이었다.

노동조합만이 병원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치료사들은 2015년 4월3일 치료사 최초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병원은 자신들에게 복종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어린 치료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합법과 위법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노조탄압 방법을 동원했다.

치료사들이 노조를 만들자마자 병원은 1주일 만에 친기업적인 노조를 만들어 직장내 차별과 따돌림을 시작했다. 조합원의 절반이 소속돼 있던 부서를 통째로 외주화했다. 피켓을 든 노조 지도부를 상대로 총 9천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1심에서 패소하자 2심에서 취하). 피켓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경고문을 조합원들의 부모님께 보내고, 노조탄압에 못 이긴 한 조합원이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자 이직한 병원에 "노조 주동자"라며 해당 치료사를 해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취업방해사실 인정된 가운데 2심 진행 중).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3년쯤 되던 2017년 말 병원은 본격적인 노동조합 탄압을 위해 인사팀을 만들었고, 인사팀장에 노무사를 고용했다.

새롭게 고용된 노무사는 기존에는 형식에 불과하던 기간제계약서를 내밀며 노동조합 조합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개원 이래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년 연봉확인을 위해서만 작성되던 계약서를 한순간에 기간제계약서로 둔갑시켜 버렸다.

2018년 8월15일, 그렇게 한 명의 조합원이 해고됐다. 병원은 친절하게도 해당 조합원 부모님에게까지 "따님이 해고됐다"고 통지했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병원은 오로지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던 치료사를 해고했다. 해고된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환자들은 해고된 치료사의 복직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환자들은 서명종이에 “좋은 선생님을 잃지 마세요” “선생님은 너무 열심히 일하시고 환자에 대해서 항상 진심을 다하십니다” “선생님이 치료를 계속하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병원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은 치료사들은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을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30분씩 보통 13명의 환자를 치료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조합 탄압이 시작된 이후 환자수는 그대로지만 재활치료부 치료사는 80명에서 40명으로 반토막 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사들은 양질의 치료를 할 수 없다.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환자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병원은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정한 '1등급 요양병원'이 됐다.

2018년 11월2일 금천구에 위치한 1등급 요양병원 ‘금천수요양병원’ 앞에서 치료사들은 여전히 단단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나라는 치료사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노동을 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환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했고 안 했고만 확인합니다.”

“건강하게 좋은 치료를 하고 싶습니다.”

“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탄압병원, 1등급 해고병원!”

장수국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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