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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2주년, 꺼져 가는 혁명의 촛불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난달 29일은 촛불혁명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을 전후로 서울·광주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기념집회가 열렸다. 서울 집회에서 연사들은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새 정부 역시 실망을 주고 있다”며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했다. 이게 민심일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참여 없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대표 경력을 가진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태도는 민주노총이 빠진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관련법 개악을 밀어붙이다가 한국노총마저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함으로써 실패한 박근혜 정권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자본가단체와 수구보수 언론이 한결같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불참 결정을 비난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지형하에서 노사정위원회라는 틀이 노동계급에 유리한지 자본계급에 유리한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그들이 언제 노동계급에 유리한 주장을 편 적이 있는가. 그런데도 촛불혁명의 도구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부득부득 경사노위를 고집하고 있고 나아가 민주노총 없이도 출범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3일부터 이틀간 금강산에서 열린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족화해협의회 연대 및 상봉대회’에 참가하는 노동측 대표단 60명 가운데 한상균 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측 대표단 4명의 입북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6월에도 문재인 정부는 6·15 기념행사를 위한 방북단에서 이규재 범민련 의장과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등의 방북을 불허했다. 이런 사실에 비춰 볼 때 문재인 정부는 민족정책에 있어서도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세력 외에 불편한 세력은 배제하겠다는 입장임을 알 수 있다.

정부가 배제하는 세력은 어떤 세력인가. "우리민족끼리"를 주장하는 세력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것이 배제 이유일 리 없다. 해당 단체나 개인들이 배제되는 이유는 이들이 반민족적이어서가 아니라 반미적이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노동정책과 민족정책에서 친자본·친미 보수주의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경제 정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에서는 일정하게 적폐청산을 추진하면서 민주화를 전진시키고 있다. 5·18특별법으로 민중항쟁 당시 학살 진상규명이 다시 이뤄지는 것이 그 일례다. 무엇보다 박근혜·이명박 두 대통령을 감옥에 넣어 놓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 체제적 변화는 없다. 국가정보원·검찰·경찰·사법부 등 권력기관들이 개혁 또는 변혁됐는가, 국가기구가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받게 개조됐는가.

이런 국가기구 개혁 또는 변혁은 모두 국회에서 입법이 가로막혀 있다. 이 지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촛불민중의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부와 그 지지세력은 사법농단 대처에서 보듯이 문제해결 방도를 제도권 안에 국한시켜 놓고 교묘하게 노동자·민중의 분노와 행동을 차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과 동맹을 맺고 지배계급 내의 정파적 주도권을 파쇼 세력에게서 자유민주주의 세력으로 교체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검찰은 재벌을 기소하지 않고 경제부처에서는 재벌개혁이라는 말조차 사라졌다. 그러면서 주류교체란 말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런 지배계급 내 정치주류를 교체하는 노선으로는 노동계급의 정치적 배제와 보수일색 정치지배가 바뀌지 않는다. 한국 사회 최대 문제인 계급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경제·민생 영역에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50%대로 하락했다. 한때 50% 밑으로 추락한 적이 있는데 머지않아 그 수준으로 내려갈 듯하다. 이런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한국적이 아니라 세계적이다. 세계적 대불황이 10년째 계속되고 있고 드디어 2차 공황이 예고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자본주의 경제에 깊이 편입돼 있는 한국 자본주의가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할 수는 없다.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위기 시기에는 소득주도 성장이니 혁신성장이니 또는 포용성장이니 하는 성장우선 정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분배를 우선하는 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천민자본주의를 변혁해서 민생을 구할 길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면 사회주의적 요소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계급과 동맹을 맺고 노동계급이 스스로 힘을 키우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 길은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며, 포퓰리즘이라는 이름의 극우 파시스트 세력에게 부활의 길을 열어 주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촛불정부 역할에 대한 오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생활세계’ 적폐는 굳이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이 아니다. 그 적폐 문제는 노동사회든 시민사회든 사회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뒤에서 후원 내지 지원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정부는 대신에 ‘체계’인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의 적폐를 청산하는 임무를 다해야 한다. 권력을 국가에서 사회로 환원시켜야지 사회가 할 일을 국가권력이 회수하는 것은 민주혁명 노선이 아니다.

전국노동자대회가 다가오고 있다. 집회는 토요일에 열리고 전야제도 없어졌다고 한다. 노동운동 또한 진취성과 열기가 촛불혁명 당시만 못하다. 문재인 정부만이 아니라 노동운동도 올바른 노선을 움켜쥐고 힘차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나라와 노동의 미래가 걱정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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