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에서 직장 상사가 소주병을 거꾸로 쥐어 잡고 저를 가격하려고 했어요."

"직장 상사가 '능력이 안 되면 몸빵이라도 해야지' 'XXX' '너네 어차피 갈 데 없잖아' 등 인격모독·협박을 일삼고 있습니다.”

직원을 때리고 닭을 활로 쏘게 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 갑질’이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폭언·폭력을 비롯한 ‘양진호식 갑질’은 우리 직장에도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장갑질119가 제보받은 직장내 폭언과 폭행·무리한 업무지시 같은 직장 갑질 사례가 지난달 한 달 동안에만 23건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직장내 폭언이나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4일 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담은 근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기법은 사용자 폭행만을 금지하고 있다. 근기법 8조(폭행의 금지)에 따르면 사용자는 사고 발생이나 그 밖에 어떤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 근기법에 폭언이나 괴롭힘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조항은 없다. 형법을 비롯한 현행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처리할 뿐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총괄스태프는 "모욕죄나 강요죄·명예훼손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지만 벌금 정도에 그친다"며 "근기법을 개정해 직장내 괴롭힘을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에서 발생하는 폭행은 법적 사용자가 아니라 직장 상사나 동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근기법상 폭행 금지 조항조차 현실에서 무력한 경우가 많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기법·산업안전보건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올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법사위에서 이완영·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직장내 괴롭힘을 정의한 규정이 모호하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는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의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을 포함한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직장갑질119는 “근기법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 정의가 프랑스나 캐나다 퀘벡주를 비롯한 외국 입법례와 비교해 봤을 때 불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근기법에 폭행을 제외한 어떤 갑질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직장내 을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들으며 고통에 신음하는데도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회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당장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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