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고 예산안·법안심사가 시작됐다. 2년차를 지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올해 정기국회가 국정기조에 맞게 개혁법안을 처리할 적기다. 내년 임기 반환점을 돌면 동력이 올해만큼 따라 주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당 책임은 막중한데, 요새 정가에서는 정책기조에 걸맞은 개혁법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노동관련법이 특히 그렇다. 개혁법안은커녕 밀리고 유예되다 어렵게 통과한 노동시간단축법만 흔들어 대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가 주목해야 할 노동관계법이 무엇인지 들었다.


노동존중 사회·소득주도 성장 위한 노동관계법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정기국회 입법과제는 현 정부의 국정목표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제도적 틀을 갖추는 것이 돼야 한다. 첫째 과제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이에 부합하도록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역대 정권이 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며,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다. 국회도 관련 협약을 비준하면서 이미 이에 동의한 사안이다. 국회에서 다뤄야 할 우선 입법사항은 노조할 권리 보장에 관한 내용이다. 두 번째 입법과제는 최근 최저임금법 개악 때문에 임금인상 효과가 거의 사라진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대책과 사측의 일방적인 임금구조에 대한 취업규칙 불이익 조치 예방을 위한 입법적 개선이다. 세 번째는 통상임금 개념을 명확히 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임금을 통상임금에 포함되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실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손실 없이 실현되고, 노동시간 특례적용 및 적용제외 사업장에도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실질적인 일·생활 양립으로 연계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요구된다.

사용자와 보수야당은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지불능력 제고를 위한 경제민주화 조치는 반대하면서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과 실노동시간 단축이나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특별연장근로 등의 제도개악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제도개악 움직임에 단호히 맞서며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다.


국제규범과 기준에 부합한 노조법 전면개정을 촉구한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정기국회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적극적인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 ILO 기본협약 비준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국민과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다. 구체적인 비준 일정이 제시돼야 하고, 국회동의를 위한 원내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규범과 기준에 부합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여당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비정규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보장과 관련한 법 개정 사항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길 당부한다. 국민연금법 개정도 필요하다. ‘국가 급여지급보장 명문화’를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소득대체율 삭감 시도를 중단하고 현행 45%를 유지하되 향후 50%로 인상해야 한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도 이번 정기국회 입법과제다. 최저임금법 재개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등을 포함한 개악된 최저임금법 폐기와 원상회복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 사회서비스공단(원) 설치를 위한 근거법 제정도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 시행과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 산별교섭 보장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며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유력한 방안이다. 초기업단위 노조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권을 보장하고, 초기업단위 협약의 효력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 250만명에 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의 고용보험 당연적용을 명시한 고용보험법도 필요하다.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재로 죽음을 야기한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


근로시간단축·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해소해야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10월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고 11월부터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근로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근로시간단축으로 인한 생산량과 시장경쟁력 유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제도 부족, 경직적인 근로시간 관련 법규로 인해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 업종 특성을 반영한 인가연장근로 사유 확대, 소프트웨어 개발업·정보서비스업 등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추가하는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정부도 연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단위기간 확대 등 연착륙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발표했다. 그만큼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통해 기업들이 시장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음에도 여전히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적용하고 있는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지불능력·근로조건·생산성에서의 다양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경영이 어려운 업종의 최저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개별 업종의 상이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이 의무화돼야 한다. 아울러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한 연령별 구분 적용, 지역별 생계비, 인력 수급구조 등을 감안한 지역별 구분 적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장상황에 맞게 최저임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간접고용까지 포괄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필요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비정규직의 활용을 촉진하되 남용을 방지한다는 기조로 만들어진 비정규직 관련법이 낳은 최대 성과는 공공부문과 금융산업 등에서 이뤄진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이다. 그것도 많아야 20만명이다. 최악의 결과는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의 차별이나 규모 확대에 아무런 방어벽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면죄부처럼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 중 일부를 하청에서 자회사 고용으로 전환하는 정도로는 고용의 다층차별 구조화에만 기여할 뿐이다.

아무런 제약 없이 생기는 비정규직을 사후적으로, 그것도 일부를, 그나마 온전하지도 않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하책이다. 입구부터 비정규직 활용의 기준을 제시하는 사유제한을 도입해야 한다. 단 직접고용만이 아니라 간접고용에도 적용될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분리체제를 뛰어넘는 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근거와 함께 확장성을 갖춘 법률도 필요하다. 형식만 있는 현행 차별금지 조항을 넘어서 차별 개선보다 다른 생각이 앞서 버린 임금체계 개편과는 다르게, 사회적 기준임금제로 비정규직이 몰린 직종의 표준임금을 제시하고 현실 임금과 격차를 조정해 나가는 준거점으로 제시할 근거조항이다.


더 늦기 전에 청년기본법 제정을
송효원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송효원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장기실업, 불안정한 고용상태, 주거빈곤, 부채증가, 낮은 수득수준 등 삶 전반에 걸친 불안정성이다. 이는 청년세대 위기를 넘어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청년관련 대책은 근본적 해법으로서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노동시장 바깥 영역에서 새롭게 제기된 청년문제와 관련한 중앙정부 대응체계는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청년과 관련된 유일한 법령인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청년고용법)에서 청년은 ‘취업을 원하는 자’로 정의되고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수단은 미취업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지원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청년단체들은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청년기본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5월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안이 마련되고 입법예고를 거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발의된 청년기본법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청년에 대한 규정이 19~34세 보편청년으로 확대되고 국무총리실이 각 부처의 청년정책을 통합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정책시행에 있어서도 고용정책뿐 아니라 일자리·주거·부채·교육·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이미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기본조례를 마련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앙정부만 남았다. 올해 반드시 청년기본법이 통과돼 전국적 차원에서 청년문제 해결의 의미 있는 첫발을 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