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가을인가 싶었는데 겨울 앞이다. 바람에 낙엽 진다. 썩어 흙에 거름으로 들어야 할 것인데,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촘촘한 탓에 쓰레기 신세다. 시설관리 노동자가 빗자루 들고 바쁘다. 화단 가꾸랴, 눈 치우랴, 그도 아니라면 껌을 떼고 여기저기 낡은 것들을 고치고 메꾸느라 실은 사철 바빴다. 밥벌이 방편이었으니 그 길가에 망치질하는 사람 조형물처럼 쉼 없이 움직였다. 바람 한 번에 우수수, 거리에 일거리가 쌓여 간다. 곧 연말이니 계약연장 걱정거리도 거기 얹힌다. 비좁은 휴게실에서 다 식은 찐 고구마 먹다 목이 턱턱 막힌다. 어느 회장님의 폭행과 갑질 뉴스엔 말문이 막힌다. 줄줄이 고구마처럼 끌려 나오는 온갖 갑질과 꼼수와 비리가 낙엽처럼 쌓인다. 쓸어 담는 빗자루질에 쉼 없다. 빛나던 가을 풍경이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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