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현 노사정대표자회의) 업종별위원회인 공공기관위원회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위원회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사용자' 자격으로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탓이다. 기재부는 '싫으면 기존 방식대로 노정협의를 하면 된다'는 태도다. 기재부가 말하는 '기존 방식의 노정협의'란 기재부가 노동계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말한다.

노동계는 "기재부가 경총·대한상의를 내세우며 사회적 대화를 하기 싫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반발했다.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나온 기재부가 몽니를 부리는 형국이다.<본지 2018년 10월10일자 3면 '기재부, 경사노위 공공기관노정위 '불참→참여' 방향 틀었지만…' 참조>

기재부 "사회적 대화니까 경총·대한상의 포함하자"
공공부문노조 공대위 "대표성·책임성 없다"


1일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2차 공공기관위원회 준비회의'가 열렸다. 경사노위 주재로 공대위와 기재부·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공공기관위 위원 구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경총·대한상의 참여 여부를 놓고 기재부와 노동계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음 회의 날짜조차 잡지 못한 채 끝났다.

기재부는 준비회의에서 노동계, 경영계·사용자, 정부 위원을 각각 5명씩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익위원 4명과 위원장까지 합치면 20명이나 된다.

기재부는 노동계 위원에 공대위 5개 산별연맹 대표자를 넣었고, 정부 위원에 기재부·행안부·노동부에 더해 국토교통부·산업자원부를 추가했다.

문제는 '경영계·사용자' 구성이다. 기재부는 시도지사협의회·공공기관장(2명)과 함께 경총과 대한상의를 포함시켰다. 공공기관위가 노정 협상을 위한 장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위한 창구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제·사회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공공기관 관련 정책이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있고, 과거 노사정위원회 산하 공공부문발전위원회에 경총·대한상의가 참여한 전례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대위는 "공공기관위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공공기관을 대표해 책임질 수 없는 경총과 대한상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장·시도지사협의회가 더 참여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대표성·책임성이 없는 재계 단체가 들어오면 대화가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대화는 싫다?

이날 준비회의에서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경사노위 중재로 기재부와 공대위 간사만 참여한 가운데 간사회의를 열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기재부는 간사회의에서 "경총·대한상의 없이는 노사정이 구성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기관위 논의의 실익이 없다"며 "대안으로 기존 방식 공대위와 기재부 간 노정협의는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박근혜 정부 때까지 노정협의 명목으로 1년에 한 번 예산편성지침을 결정하기 전에 공대위 의견을 청취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부터는 사안별로 공대위와 협의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이 또한 공대위 의견을 '듣는' 정도였다. 제대로 된 기재부 피드백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는 게 공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재부가 경총·대한상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사회적 공론화 자리인 경사노위에서 대화하기 싫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재부는 최근까지 업종별위원회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기재부만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서야 업종별위 참여로 선회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사회적 대화 판에 와서 여러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하는 걸 항상 싫어했다"며 "어찌 보면 (기재부 태도에) 일관성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대위 간사인 김철운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은 "기재부가 경총과 대한상의를 앞세워 사회적 대화 무용론을 설파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모범적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하는 기재부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조만간 긴급대표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공대위 관계자는 "기재부의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대표자회의에서 투쟁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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