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다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이 보장된다면 굳이 정부의 금융개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노동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최우선의 목표이므로 정부에서는 그에 걸맞는 확실한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노사문제를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우리 모두 [현금흐름 4분면] 중에서 적어도 어느 하나에 속해 있다고 한다. 현금흐름 4분면은 첫째로 봉급생활자(Employee), 둘째로 자영업자 또는 전문직종사자(Self-Employed), 셋째로 사업가(Business Owner), 넷째로 투자가(Investor)로 바라보며 각각 E, S, B, I로 표현한다.

가난한 아빠는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성적을 올려서 안전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가르친다. 즉 좋은 기업의 직원(E)이 되어 안정적인 봉급으로 살아가거나 아니면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S)가 될 것을 권유한다. 반면에 부자 아빠는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하면 사업체를 세우거나(B) 성공적인 투자가(I)가 되는 길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가르친다.

이를 노사관계에 대비시켜 보면 [E사분면]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는 노동자(또는 근로자)를 의미하며 이들의 관심은 "보수가 많고 혜택이 좋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된다. 반면 [B사분면]에 있는 사람들은 사업가(또는 경영자)를 의미하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가에 관심이 있다. 일을 시키는 사람과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은 사고와 생각, 행동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노사관계라는 대립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쪽은 더 많은 봉급을 원하고 한쪽은 더 많은 일을 원하기 때문이다.

노정간에 최종적인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늘부터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총파업이라는 사태가 현실화된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정부가 관치금융을 통해서 잘못은 다 저질러놓고 만만한 노동자만 희생시키는 정책을 편다는 비난을 한다. 반면 정부는 금융기관의 경쟁력강화는 시대적인 흐름이고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효율적인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구조조정은 각 은행이 자율성을 가지고 처리할 것이므로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집단이기주의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사람마다 사고와 생각, 행동에 차이가 있으므로 노사관계에서 단 하나의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 양측의 주장은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당연히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고용안정과 적절한 보상이 최대의 관심일 뿐이며 정부의 입장은 금융권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가 최대의 관심이므로 협상이 결렬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 죽고사는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 보자. 노동자의 고용안정은 기업이나 은행이 제대로 돌아갈 때 가능하다. 따라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노동조합에서 정부측 얘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금융권의 경쟁력 강화 역시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할 때 가능하다. 열심히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과 적절한 보상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은행이 노동조합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쨋든 칼자루는 정부와 은행이 쥐고 있다. 그렇다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약자라 할 수 있는 노동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책을 이끌어 가는 사람의 책무일 것이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다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이 보장된다면 굳이 정부의 금융개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노동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최우선의 목표이므로 정부에서는 그에 걸맞는 확실한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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