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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기본협약 비준 절차와 바꿔야 할 법·제도 2] 법·제도로 제한받는 단결권, 기본협약 부합하려면이종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공약 이행은 더디기만 하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다루고 있으나, 논의가 순탄치 않다. 선 비준-후 입법론이나 선 입법-후 비준론처럼 비준 절차·방법에서도 이견이 있다. ILO 기본협약 비준 이후 국내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민주노총 법률원이 ILO 협약 비준 절차와 ILO 협약을 비준하면 달라지는 국내 법·제도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이종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중 하나인 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2~4조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사전인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해서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다(2조). 노동자단체와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대표자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 공공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야 한다(3조). 노동자단체와 사용자단체는 행정당국에 의해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돼서는 안 된다(4조).

회원국 재량으로 협약의 적용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군인과 경찰뿐이다(9조). 즉 군인과 경찰을 제외하고는 모든 노동자가 자유로운 단결권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법·제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노동자들이 제도적 장치에 의해 노동조합 가입의 문턱조차 넘을 수 없으며, 노동조합은 각종 행정규제에 시달리다 노동조합 자격이 박탈되기까지 한다. 따라서 ILO 기본협약 비준과 함께 단결권 위반의 핵심 사항에 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1. 노동조합 가입범위

노조 가입이 쉽게 부정되는 대표적인 유형은 해고자와 실업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4호 라목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고 있으며,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2조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6조에서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음을 이유로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전국공무원노조는 해직 공무원을 이유로 설립신고가 계속 반려되다 결국 규약 개정에 이른 바 있다.

노조법 2조의 ‘근로자’에 관한 협소한 정의로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단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이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에 관해서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으나 점차 확산되고 있는 다양한 고용형태에 대해 일반적인 단결권이 인정되고 있지는 못하다. 노조 가입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에서 밝힌 바와 같이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는지에 관한 기준은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 또는 교원이라고 할지라도, 해고자 또는 실업자라고 할지라도, 독립사업자의 외형을 띠고 있다고 할지라도 누구든지 자유롭게 단결할 권리를 가진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수차례 권고한 바와 같이 해고자·실업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를 부정하는 조항을 폐지하고 ‘자기고용’ 노동자들도 단결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근로자’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

2. 설립신고 제도와 법외노조 통보

노조법은 명목상 자유설립주의와 신고주의를 택하고 있는 듯하나(5조·10조)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2조4호)에 대한 행정관청의 사전심사제도(12조)를 마련함으로써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종사 노조를 비롯해 교수노조·이주노조·청년유니온·대리운전노조·기간제교사노조 등이 그 예다.

또한 사후에라도 설립신고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은 그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불이행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법외노조 통보)할 수 있다. 법률도 아닌 시행령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제도(9조2항)와 해고 교원 존재를 이유로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를 받고 5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설립신고와 관련해 당국의 실질적 심사가 이뤄지는 경우 결사의 자유원칙 위반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되는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에 명시적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ILO 기본협약에 부합하는 법·제도를 위해서는 설립신고서 반려와 법외노조 통보 조항을 삭제하고, 이미 정부가 행한 법외노조 통보는 직권으로 취소해야 한다.

이종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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