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 30일 발표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효과 나오나(매일노동뉴스)” “비정규직 비중 ‘6년 만에 최고’ 고령층에서만 12만명 늘어(한겨레)” “일자리 질 낮춘 일자리정부, 비정규직 비중 6년래 최고(매일경제)” 등 각자 입장에서 각자 입맛에 맞춰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과연 무엇이 사실인지 알기 어려운 지경이다.

요즘 들어 ‘통계’에 부쩍 관심이 많다. 웬만한 주장에는 ‘통계에 따르면’이라는 정도의 수식은 꼭 붙는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인용되는 ‘소수점까지 나오는 통계’에 커다란 함정이 있다. 뉴스에서 내보내는 통계는 해당 매체가 골라낸 통계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 통계는 그러한 일부를 전체인 것처럼 몰아가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통계의 함정’이다. 때문에 이번 발표는 객관적 사실이 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비정규 노동자 비중이 무려 33%로 증가했다. 사실이다.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에까지 정규직 전환정책 집행이 한창인데도 그 숫자가 늘었다. 매우 안타깝다. 이들의 임금이 약 4.8% 올랐다고는 하나, 위 33%라는 수치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3만6천여명이 증가한 661만4천여명. 비정규직의 정의와 범위에서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포함된 ‘1천만 비정규 노동자’에서 한 치도 줄지 않은, 오히려 증가한 규모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용역노동자가 무려 4만1천여명 감소했다고 한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의 결과라는 평가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정규직 전환이 온전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용역’이라는 현장의 주장이 거세다. ‘동일한 노동에 대한 차별 없는 노동조건 보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용역의 규모가 줄어든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임금 등 구체적인 노동조건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통계가 보여 줘야 한다.

아마 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통계는 인용될 것이다. 제 입맛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단축·정규직 전환’ 정책도 이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실패라는 일각의 단정적 표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의 통계수치로 위 정책들이 힘차게 추진되리라고 믿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노동현장에서도. ‘정책이 효과를 발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알지만 마음은 늘 조급하다. 부정적인 통계의 부정적인 영향 탓도 크다.

통계 발표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악의적 왜곡은 ‘가짜뉴스’로 과감히 들어내야 한다. 부정적인 통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원자료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1차적인 노력이다. 그러나 특히 노동정책은 그 이상이 요구된다. ‘좋은’ 노동정책이 단절 없이 꾸준히 집행되고 성공하려면 그 무엇보다 당사자들 동의가 필요조건이다.

노동정책 당사자가 누군가. 바로 노동자들이다. 통계상 비정규직이 다소 늘고 임금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는 노동시간단축과 고령화의 결과이고, 머지않아 전체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노동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동의와 양해를 구하려 내민 그 손을 어느 노동자가 뿌리치겠는가. 그래야만 이 고비를 함께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이러한 노력이 한참 부족하다.

어떤 때는 모두를 황당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함께하자고 내민 노동자의 손을 정부와 정치가 뿌리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저임금법처럼 일방 통과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막 시행한 노동시간단축 제도를 6개월간 유예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노동시간단축이 너무 빠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 단위를 1년으로 늘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 모습에 현장에서는 실망을 넘어 분노가 일고 있다.

일방통행이 아니라 소통이 필요하다. 훌륭한 제도적인 틀도 있지 않는가. 1년여 진통 끝에 더 많은 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발족했다. 민주노총의 참여 여부가 미정이지만 이미 국민연금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저 열심히 써먹기만 하면 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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