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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기본협약 비준 절차와 바꿔야 할 법·제도 1-②] 규범력을 갖기 위한 기본협약 비준 절차 ②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공약 이행은 더디기만 하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다루고 있으나, 논의가 순탄치 않다. 선 비준-후 입법론이나 선 입법-후 비준론처럼 비준 절차·방법에서도 이견이 있다. ILO 기본협약 비준 이후 국내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민주노총 법률원이 ILO 협약 비준 절차와 ILO 협약을 비준하면 달라지는 국내 법·제도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기본협약을 비준하면 달라지는 점을 살펴봤으니 이번 글에서는 비준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힌다.

1.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헌법 60조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모든 조약이 아니라 헌법 60조1항에서 정한 조약에 대해서만 국회가 동의권을 가진다. 그런데 기본협약에는 국내법이 규율하고 있는 입법사항들이 포함돼 있으므로 국회 동의가 불가피하다. 국회 동의권은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 이전에 이뤄지는 사전동의를 말하고, 이러한 사전동의 없이 이뤄지는 조약 체결·비준은 국내법상 무효라는 것에 대해 헌법학계에 이설이 없다. 국내법적으로 무효인 협약 비준은 비준하더라도 그 의미가 없을 것이다.

2. 비준 이후에 필요한 국내법 개정을 해야 한다

비준 이후에는 기본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혼돈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국내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본협약은 부분적으로만 자기 집행적 조약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집행적 조약은 조약 문언 자체로 직접 국민의 권리·의무에 변동을 가지고 올 수 있을 정도로 조약의 내용이 충분히 상세하고 특정돼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해당하면 별도의 국내 입법이 없어도 국내법적으로 직접 효력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비자기 집행적 조약의 경우에는 별도 입법이 없으면 실질적인 규범으로 작용할 수 없다(헌재 97헌가14 결정). 따라서 기본협약 비준 이후에도 자기 집행적 조약으로 작용하지 않는 영역에서는 국내 입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는 기본협약 위반이고, 이점에 있어서 기본협약은 자기 집행적 조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의 경우 기본협약 비준 이후에도 별도의 국내 입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1호 ‘근로자’ 정의 개정)이 없다면 실제 구체적으로 시행되기 어려운 사항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2년 개정한 ‘국제노동협약·권고 절차 핸드북’에서도 비준 이후 국내법 편입 절차로서 자기 집행적 조약이 아닌 협약에 대해서는 특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자기 집행적 조약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의 경우 선 비준 과정에서 국회 동의가 이뤄지면, 신법(新法) 우선 원칙에 따라 그 협약에 상충되는 국내법은 사실상 폐지 및 개정된 것이므로 개정 입법이 불필요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기본협약 중 ① 자기 집행적 조약인 부분과 아닌 부분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고 ② 비준에 대한 동의와 법률 개정이 그 효과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울 여지도 있으며 ③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법률은 법원의 체계적 해석을 통하지 않는 한 쉽게 그 효력을 부정하기 어려우므로 상충되는 국내법은 형식적으로도 폐지·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회 동의 없이 비준만 해도 된다거나 국내법 개정이 아예 필요 없다는 주장은 정부에 기본협약 비준이라는 정치적 선전효과를 주는 것일 뿐, 기본협약에 국내법적으로 실질적인 규범력을 부여해 주는 방법이 되기 어렵다.

3. 비준 절차 진행과 동시에 우선 사항의 연내 입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선 입법-후 비준’이냐 아니면 ‘선 비준-후 입법’이냐의 문제다. ‘선 입법-후 비준’은 기본협약에 저촉되는 국내법을 모두 개정한 이후에 기본협약을 비준하자는 입장인데 지금까지 정부와 사용자들이 기본협약 비준을 미루기 위한 핑계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법 개정은 비준 이후 협약의 실질적인 규범력을 확보하고 혼돈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므로 선 입법은 법리적으로도 근거가 부족하며, 그 주장에 따르면 협약 비준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 비준-후 입법’이 원칙적으로 타당하나 후속 입법이 신속히 이뤄져야 기본협약이 실질적인 규범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협약 비준 절차를 진행함과 동시에 연내에 핵심 사항들(이를테면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등 협약 위반으로 ILO에서 수차례 개정을 권고받은 사항들)을 반영한 국내법을 개정하고, 나머지 필요한 법률 정비 사항은 비준 이후 이행기한(1년) 동안 순차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방안이 기본협약의 규범력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다.

김태욱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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