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공단이 이달 20일 발생한 제주 삼다수 공장 사망사고의 원인이 된 제병기(병을 만드는 기계) 안전검사를 2개월여 전에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끼임 위험을 비롯한 모든 항목에서 합격 판정을 했다. 올해 3월 같은 제빙기를 놓고 끼임 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는 대한산업안전협회 정기안전점검 결과와 달라 부실검사 논란이 인다. 제주도시개발공사에서 운영하는 삼다수 공장에서는 노동자가 문제의 제병기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안전보건공단의 ‘제병기 안전검사결과서’를 28일 공개했다. 공단은 올해 8월9일 삼다수 공장의 제병기 안전검사를 했다. 검사항목 10가지 모두 합격 판정을 했다.

제빙기에 끼이는 위험 상황에도 기계를 멈출 수 없었지만 공단 검사 결과는 달랐다. 공단은‘협착·충동·전단위험 방지’ 검사 항목에서 “협착 등의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가드의 닫힘 운동을 즉시 정지시킬 수 있는 트립(trip) 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합격 판정을 내렸다. ‘방호장치’ 검사에서도 “방호장치는 구조가 안전인증기준에 적합하고 플레이트의 닫힘에 의한 위험방호장치, 플레이트 등에 의한 위험방호장치, 기타 안전인증에서 요구하는 방호장치 모두가 안전인증기준에 적합하고 작동상태도 원활하다”고 했다. ‘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항목도 합격했다.

공단 안전검사는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올해 3월16일 해당 제병기를 점검한 결과와는 정반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이용득 의원이 내놓은 협회 ‘정기안전점검보고서’에는 “기계 설비에 대한 비정상작업(청소·점검·급유·보수)을 할 경우 협착 등 사고 위험이 있으므로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이행 지도를 요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제병기 출입문은 개방시 리밋스위치 작동으로 연동돼야 하나 연동장치 미작동으로 기계 구동부에 근로자 근접으로 협착사고 위험이 있다”거나 “제병기 비상정지장치는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및 비상시에는 즉시 컨베이어 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협회 지적을 이행했다면, 혹은 공단이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막을 수도 있는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용득 의원은 “협회가 지도한 두 가지 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의문”이라며 “공단 안전점검이 너무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올해 두 차례나 있었던 산업안전감독이 철저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업장 안전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확실하게 감독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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