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을 거부하자 3년5개월간 자택대기 발령이 내려졌다. 다시 회사로 돌아갔을 때 맡은 업무는 사옥관리였다. 2013년 자택대기 발령 전 법무 관련 일을 하던 김동석(가명)씨는 하루에 2번 사옥을 돌며 형광등이 나가진 않았는지, 화장실 쓰레기통이 차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제대로 된 업무를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회사는 교육기간까지 인사평가에 넣어 연봉을 삭감했다는 것이 김씨 주장이다. 저성과자 재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모욕주기, 직장내 괴롭힘을 눈감는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박근혜 정부 시절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이 폐기된 뒤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업무자 자택대기하고 신규채용 진행?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13년부터 매출 부진과 사업조정에 따른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012년부터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3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극소수만이 희망퇴직을 거부했다. 그중 한 명이 김씨다. 김씨는 28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는 사업부를 축소하면서 필요 없는 인력으로 몰아세워 나가라고 했지만 그렇게 나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3년 1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년5개월간 자택대기 발령을 받았다. 자택대기 발령 중 그가 기존에 하던 법무 관련 직종 채용공고가 났다. 회사에 내용증명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김씨는 “관련 업무자에게 자택대기를 발령하고 신규채용하는 것 자체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3년5개월간 자택대기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회사에 복귀했다. 이전 경력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같은해 7월부터 9월까지 역량개발TF 교육에 참여했다. 김씨는 법무와 인사·총무 관련 교육을 받았다. 회사는 교육 마지막달에 원하는 부서의 팀장에게 기획안(과제)을 제출해 통과하면 기획안 실현 결과를 반영해 보직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기획안을 올렸지만 과제실현 역량이나 과제별 팀장 피드백은 받지 못했다”며 “원하는 부서 1·2순위에 법무팀이 인사팀을 썼지만 법무팀은 보직배치를 거부해 인사팀으로 배치됐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인사팀으로 발령받은 후 맡은 업무는 사옥관리였다. 오전·오후 하루에 두 번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 5개 층을 돌며 물이 새거나, 형광등이 나간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 문제가 있으면 건물관리실에 연락해 시정조치를 한다. 김씨는 “탕비실 물이 안 나오면 수도를 확인하고, 관리실 직원이 없으면 직접 막힌 화장실을 뚫기도 한다”며 “하루에 2번 사옥을 돌며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외에 새로운 업무를 할당해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교육기간 인사평가 반영해 연봉 10% 삭감

김씨는 올해 7월 서울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사평가에 따른 연봉삭감이 이유였다. 회사가 지난해 김씨 복귀 후 이뤄진 교육기간(3개월)을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평가결과를 이유로 연봉 10%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동료평가에서도 ‘교육기간을 제외한 업무기간이 짧아 평가할 수 없다’며 평가유예 의견이 나왔는데 회사는 교육기간까지 포함해 평가했다”며 “제대로 된 업무도 주지 않은 채 최하위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교육 테스트에서 95점을 받았지만 과제 실행은 물론 피드백도 없었음에도 팀장은 68점을 줬다"며 "합당하지 않은 점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는 인사평가 결과를 이유로 올해 연봉 10% 삭감을 통보했지만 연봉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결국 회사는 10% 삭감된 급여를 지급했고 7월 노동청에 이를 진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노동청은 지난달 “평가대상에 교육기간을 제외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에서도 근로자의 업무능력과 근무성적 평가는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에 속하는 것으로 봐 상당 부분 사용자의 재량행위를 인정하고 있다”며 “김씨의 평가등급 결정이 부당하다고 볼 여지가 없고, 급여규정에 평가 결과 연봉이 동결되거나 삭감될 수 있다고 명시한 점 등을 볼 때 연봉삭감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내사를 종결했다. 김씨는 서울노동청에 재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김씨는 “서울노동청은 진정인에 대한 조사는 단 한 차례만 진행한 채 의견서에 제 주장을 단 8줄로 정리했다”며 “반면 회사 주장은 한 장반을 쓰며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내사종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업무도 제대로 주지 않고 저성과자로 낙인찍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당한 업무분장과 교육기간을 포함한 인사평가를 바로잡아 연봉삭감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는 김씨의 연봉삭감과 업무분장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SK커뮤니케이션즈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관련 부서에 내용을 전달했다”는 답변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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