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고용세습이 논란이 되고 있다. 출발점은 서울교통공사다. 올해 3월 정규직으로 전환한 무기계약직 중 공사 임직원의 친인척 108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주장의 핵심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국토정보공사·한전KPS까지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일어났다는 문제제기인데 확인된 것은 “정규직 전환자 중에 공공기관이나 자회사 직원의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뿐이다. 채용비리가 문제라는 것일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문제라는 것일까. 아니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채용비리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친인척 있으면 고용세습? 날조·왜곡 책임 묻겠다
황철우 서울교통공사노조 사무처장

황철우 서울교통공사노조 사무처장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비리나 특혜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것이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국정감사를 통해 채용비리의 객관적 자료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재직자 중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용세습이라는 낙인을 찍고 연일 허위날조, 왜곡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과 노조를 싸잡아서 채용비리의 연루자로 둔갑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출신의 노조위원장을 채용비리자로 지목했으나, 허위보도임이 드러나 정정보도와 사과까지 했다. 노조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공세에 맞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고발하고, 보수언론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 제소와 방송심의위원회 제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최근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이 민간부문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아내고, 보수세력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등 젊은 세대를 새롭게 결집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옳은 정책이며 무기계약직이 아닌 온전한 정규직 전환으로 확대 추진돼야 한다.

이와 별개로 채용과정에서 비리나 특혜가 있었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내고 응당한 책임과 후속 조치가 뒤따르면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자체를 채용비리와 연계하는 것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와 취업준비생의 눈물과 애환을 호도하고 그동안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기 위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최저임금 일자리에 채용비리 낙인 안 돼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채용비리 문제는 당사자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상을 파악하는 일부터 우선해야 한다. 지인을 통한 채용사례나 친인척 비율을 말하며 문제 삼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직한 절차를 통한 인사가 이뤄졌다면 문제 삼기 어렵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채용비리 문제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 사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청소나 경비 등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가 채용비리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 불이익을 감내해 온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정상화하려는 것을 채용비리 대상직종으로 낙인찍고 의심하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나쁜 일자리인 간접고용은 지인을 통한 채용이 발생할 여지가 다른 일자리보다 많다. 좋은 일자리라면 서로 가려고 경쟁하겠지만 나쁜 일자리는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자리는 채용비리와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사회양극화와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다. 이를 무위로 돌리려는 것은 사회적으로 득이 되지 않는다.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공인된 사실이 드러나면 그를 기초로 해 후속대책을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 미처 보지 못한 문제점이 있었다고 드러난다면 고쳐 가면 된다.


흠집 내기 위한 선동 멈추고 정책 제대로 봐야
조양석 공공노련 정책실장

조양석 공공노련 정책실장

비정규직 남용 금지와 차별해소는 문재인 정부 만의 과제가 아니다.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미흡했음에도 포괄적인 지지를 표명한 것은 이 정책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과거 보수부패세력에 몸담았던 집단들의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우리 노동계가 크게 관여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 자체에 대한 흠집 내기는 더 이상 묵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채용비리나 고용세습 등 어마무시한 단어들로 포장된 선동은 이제 노동단체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관계의 확인도, 문제의 핵심도 그들에게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지난 24일 대구MBC는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주장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 전환 채용비리 대상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이 추진된 지난해 7월 보다 훨씬 이전에 청소와 경비 등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분들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촛불혁명 후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정치집단은 오늘도 가짜 논평을 내고,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언론매체는 오늘도 가짜 기사를 쓴다. 한 번이라도 청년일자리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비정규직 문제를 진심으로 고심했다면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가짜 뉴스로 흔드는 것이 아니라 무늬만 정규직화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정당하게 일하며 공항 지킨 비정규 노동자는 피눈물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인천공항지역지부는 하청업체 채용에 문제가 있다면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작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런데 하청업체의 부도덕 문제를 비정규 노동자와 노조에 슬쩍 끼워 넣고 있다.

우리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들만큼 인천공항 하청업체들과 공항공사의 유착과 공생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또 있을까. 인천공항 비정규직은 한 달에 수십명씩 그만두는 열악한 현장을 이겨내고 버텨 왔다. 20년 전부터 현재까지 정당하게 일하고 있다.

지금 공정성과 정의를 외치는 이들은 지난 20여년간 이어진 인천공항공사 원청의 갑질과 하청업체 부당행위, 중간착취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않았을까. 선거에서 떨어지면 공기업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인사들도 같은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와서 잘하면 모르겠지만 또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고 임기도 안 채우고 도망가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들이 지금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고 있다. 12년 동안 1등 공항을 만든 노동자들을 비리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무슨 낯으로 비행기를 타러 오나.

여기에 왜곡된 사실을 자유한국당에 전달하고, 보수언론에 근거 없는 가짜 제보를 한 사람들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 채용비리자로 매도된 비정규 노동자들은 마음 속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묻고 되갚아 줄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매도, 사회 분열만 야기할 뿐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친인척 숫자가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비교해서 많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또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청탁이나 권력개입이 드러난 것도 없다. 때문에 사실관계부터 철저히 파악하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단지 의혹만 가지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비정규직에서 간신히 정규직이 된 사람을 도매금으로 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이들을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매도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

이런 식의 태도는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키고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매도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서울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다. 그래서 국민적·사회적 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추진해 온 것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공세를 통해) 한국사회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서울시는 지난 23일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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