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 실장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세상은 국민 생명이 정말 존중받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입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서 한 발언입니다. 이 교수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는 응급의료 체계를 통탄했습니다. 그는 응급헬기 운용의 어려움이나 문제점과 관련해 “기관장·장관이 지원을 약속하지만 중간선에서 다 막힌다”고 지적하면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합니다.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 왜 이렇습니까, 한국 사회가. 말이 됩니까?”

‘사람이 먼저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이야기한 이 정부의 국정철학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다운 나라를 희망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비단 의료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최대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최장 1년까지 늘리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일이 몰릴 때 노동시간을 일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제도가 탄력근로제입니다. 연장노동시간을 포함하면 일주일에 64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집니다. 그 기간을 1년까지 늘리겠다는 얘기입니다. 일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하고 그렇지 않을 때 쉰다는 얘기는 언뜻 효율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인간은 기계가 아니고 노동력은 다른 상품과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기계야 관리만 잘하면 어느 때든 쓰고 말고를 정할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법으로 탄력근로제 기간을 정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논리는 최저임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적정한 최저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두 문제를 단순히 시장과 경제논리에만 맡긴다면 그것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경제와 나쁜 고용지표의 해결방법을 노동자들의 노동력과 관련지어서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탄력근로제 관련 업종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우리 사회에서 결코 높지 않습니다.

‘사람이 먼저다’는 참으로 근사한 슬로건입니다. 물론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될 때 제 빛을 낼 수 있겠죠. 문재인 정부가 다시 초심을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독자 여러분을 만나기 어렵게 됐습니다. ‘옆보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지 3년10개월가량이 지났습니다. 칼럼 제목을 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여전히 노동조합운동은 ‘옆’으로 팽창해 나가(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결과 연대는 옆 사람 손을 잡는 것이며, 평등은 뒤에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와 내 옆에 서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칼럼을 쓴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수백만의 촛불과 정권교체, 그리고 노동자·국민의 열망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칼럼에서 말했던 “꾸준히 충실하게 우리 ‘옆’의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이야기꾼이 어렵다면 괜찮은 전달자가 되겠습니다”는 다짐을 돌이켜 본다면, 그동안의 글들은 부족하고 모자람이 넘쳐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새 다짐을 해 봅니다. 다음에 다시 돌아올 때는 좀 더 사유하고 깊이 살필 수 있는 글을 쓰겠다는.

그런 뜻에서 작별 인사는 어느 드라마 대사로 대신하려 합니다. “굿바이 말고 시유(see you)라고 합시다. 시유, 시유 어게인.”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 실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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