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차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다242884 판결


1. 사실관계와 사건 경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아산지회·영동지회)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2011년 5월1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하자 유성기업은 같은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유성기업은 조합원들의 업무복귀 요구를 거부한 채 장기간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유성기업은 유성기업지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한편으로는 회사에 우호적인 어용노조(2노조) 설립을 주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2011년 10월과 11월에 조합원 27명을 해고(1차 해고)했다. 해고자들은 유성기업지회 간부이거나 노동조합활동에 적극적이던 조합원이었다. 1차 해고가 무효라는 대전지법 천안지원·서울행정법원과 대전고등법원의 판단이 이어지자 유성기업은 2013년 6월 해고자들을 복직시켰다. 이후 유성기업은 1차 해고자 중 퇴사한 인원을 제외한 인원에 대해 재징계 절차를 진행했다. 유성기업은 2013년 10월21일 조합원 11명을 다시 해고(이하 ‘이 사건 재해고’라 한다)했다. 해고사유는 1차 해고와 동일한 사유였고 새롭게 추가된 사유는 없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2015년 4월24일 이 사건 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해고자들은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대전고법은 2016년 7월21일 1심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재해고가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유성기업이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지난 4일 유성기업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확정됐다.

쟁점은 △이 사건 재해고가 단체협약의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각주1>을 위반했는지 여부 △징계위원회 구성의 하자 존부 △유성기업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여부였다.

2. 판결 요지

첫 번째 쟁점에 관해 대법원은 “단체협약의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회사는 정당한 노동쟁의행위에 대해 간섭방해, 이간행위 및 쟁의기간 중 여하한 징계나 전출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달리 징계사유의 발생 시기나 그 내용에 관해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음은 명백하므로 위 규정을 피고의 주장과 같이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 사건 쟁의행위가 약 19개월에 이른다는 이유만으로는 유성기업지회가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악용해 피고의 징계권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부당하고 불성실하게 교섭을 장기화하는 등 쟁의권을 남용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 재해고가 신분보장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두 번째 쟁점에 관해 대법원은 “정당한 쟁의기간 중에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위반해 이뤄진 징계위 개최에 유성기업지회가 징계위원을 구성해 응할 의무는 없으므로 유성기업지회가 피고 요청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원을 구성하지 않은 것을 두고 징계의결권 행사를 남용하거나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함으로써 이 사건 재해고가 징계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존재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세 번째 쟁점에 관해 대법원은 “2011년 5월18일 직장폐쇄 후의 공장 점거 등 제2 쟁의행위는 피고가 유성기업지회의 쟁의행위 결의 당일에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하고 2011년 6월14일께 이후 유성기업지회의 일괄복귀 통보를 거부하면서 일용 경비직원을 동원해 정문을 봉쇄하는 등 정면대치한 데에도 일부 원인이 있는데, 위와 같이 피고가 유성기업지회의 일괄복귀를 거부한 조치는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직장폐쇄 후 선별적·단계적 업무복귀를 통해 2노조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보인다”며 “유성기업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3. 판결 의의

유성기업은 재판과정에서 줄곧 “당해 쟁의기간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대해 신분보장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유성기업지회가 진행하고 있는 형태의 쟁의<각주2>에는 이 사건 신분보장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위 주장을 배척함으로써 ‘당해 쟁의기간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대해서도 이 사건 신분보장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 ‘구체적인 쟁의행위 형태에 따라 이 사건 신분보장 규정의 해석 및 적용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 유사한 단체협약 규정을 가지고 있는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위축시키기 위한 징계절차 등 인사조치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는 점과 함부로 단체협약 해석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단체협약의 해석원칙(대법원 2009다102452 판결 등 참조)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이 사건 판결이 노동자들이 재해고된 지 5년이 경과한 이후에 나왔고, 노조파괴 과정에서 처음 해고된 때로부터는 무려 7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신속한 권리구제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이 사건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심은 “유성기업지회의 쟁의행위가 1년이 넘게 경과한 시점부터는 사용자가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 신분보장 규정에 명백히 반하는 해석이었다. 1심 판결은 이후 유성기업의 무차별적 징계 감행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 압박과 고통을 이겨 내지 못하고 조합원 한광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초래됐다. 법원은 잘못된 판결 하나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이 사건 판결 3일 전인 이달 1일 이 사건 재해고와 관련해 전 대표이사 유○○과 아산공장장 이○○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죄(단체협약 위반 및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했다. 노조파괴 범죄자들을 엄벌해 노조파괴 범죄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각주>
1. 단체협약 109조(쟁의 중 신분보장) 회사는 정당한 노동쟁의행위에 대해 간섭방해, 이간행위 및 쟁의기간 중 여하한 징계나 전출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으며 쟁의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 처분할 수 없다.
2. 유성기업은 유성지회가 진행하고 있는 쟁의행위 형태가 ‘간헐적 쟁의행위’라고 주장했으나 ‘간헐적 쟁의행위’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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