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23일 오전 연세대 정문 앞에서 경비 근무체계를 일방 변경한 연세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연세대 신촌캠퍼스가 경비노동자 근무시간을 일방적으로 축소해 논란에 휩싸였다. 경비노동자 월급여가 삭감되고 학내 경비 공백이 생기는데도 당사자인 경비노동자나 학생들과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가 아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대가 비용절감에 눈이 멀어 경비노동자 근무시간까지 줄이며 학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학 구성원 안전을 위협하고 협약을 무시한 경비노동자 근무체계 일방 변경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신촌캠퍼스 경비노동자들은 24시간 맞교대로 일해 왔다. 그런데 지난 20일 경비용역업체 세 곳이 동시에 안내공고를 내고 “주 52시간 근무제의 본격 시행에 앞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근로형태 변경안을 10월20일 20시부터 시행하고자 한다”며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 변경되는 근로형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근무지침에는 격일로 오전 7시 출근, 오후 10시30분 퇴근하는 내용이 담겼다. 저녁 10시30분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경비 공백이 발생한다. 지부는 근무시간이 변경되면 경비노동자 급여가 월 35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부 연세대분회(분회장 이경자) 조합원들은 “우리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경비노동자들은 근무지침을 거부하고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우리도 24시간 맞교대 근무형태를 고수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근무시간 조정이 필요하면 노사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계약 연장 위해 부당노동행위 의혹도

분회 조합원들은 원청인 연세대의 꼼수로 보고 있다. 이경자 분회장은 “정부 정책은 주 52시간 근무체계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것”이라며 “연세대가 인건비를 줄이려고 주 52시간을 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연세대에서 7년간 경비업무를 한 조합원 유현준씨는 “학교의 일방적 근무시간 변경은 경비노동자 삶을 파괴하는 행동”이라며 “경비노동자들은 학생·교직원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간 경비 공백에 따른 학내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필규 연세대 문과대 학생회장은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경비아저씨들이 안전을 책임져 주셨다”며 “경비시간 변경은 학생 안전을 포함한 교육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학교측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올해 5월 지부가 용역업체들과 맺은 임금협약에는 경비직의 24시간 맞교대 근무형태가 명시돼 있다. 유효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용역업체들이 협약 위반을 감수하면서 일방적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것이다.

지부는 “현재 경비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은 올해 연말까지”라며 “계약 연장을 원청 연세대로부터 보장받기 위해 부당노동행위까지 감수하고 강행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법적 대응을 검토한 뒤 이달 말께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용역업체를 고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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