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노조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집배원 166명이 숨졌다. 매년 평균 17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노동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14개월 만에 권고안을 내놓았다. 정규직 집배원 2천명 증원과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업무강도 완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정부에 권고했다.

해마다 87일 더 일하고 17명 숨져

기획추진단은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 중회의실에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7대 정책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과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 등 우정 노사가 참석했다. 지난해 집배원들이 돌연사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집배원의 장시간·중노동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로 지난해 8월 우정 노사 4인과 전문가위원 6인으로 구성된 기획추진단이 발족했다. 기획추진단은 지난 1년간 연구용역을 통해 집배원 노동시간 실태분석과 노동강도 신체부하량을 측정하고, 우정노동자 사망·재해 특성에 관한 역학조사를 했다.

실태분석 결과 집배원은 연간 2천745시간을 근무했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인 2천52시간보다 693시간 길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연간 87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특히 배달물량이 집중되는 설·추석 특별소통기에는 주당 노동시간이 평균 70시간에 육박했다.

기획추진단은 만성적 인력 부족으로 장시간 노동이 구조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 결과 집배원들은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집배인력 증원과 토요근무 폐지, 특별소통기 인력·장비 확충을 꼽았다.

내년 1천명 늘리면
초과근무시간 월 평균 30시간 감축


조사 결과 최근 10년 동안(2008~2017년) 집배원 166명이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근무 중 교통사고가 25건, 자살 23건, 뇌심혈관계질환 29건, 암 55건으로 집계됐다. 권고안이 발표된 이날 오전에도 집배원 한 명이 사망했다. 경남 진주지역 우체국 소속 이아무개 집배원이 지난 19일 배달업무를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가던 중 차량과 충돌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전 결국 숨을 거뒀다. 이동호 위원장은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권고안 결과가 이제 나왔다”며 “내년 1분기 내에 1천명을 증원해 빠른 시일 내에 현장에 배치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승묵 위원장은 “과로노동이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골병들지 않고 사람이 죽어 나가지 않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추진단은 주 52시간 이하 근무를 위해서는 최소한 정규직 집배원 2천명 증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내년에 우선 1천명을 증원하고, 나머지 1천명은 재정상황을 고려해 2020년께 추가 증원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1천명을 증원하면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현재 1인당 평균 5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인력충원 외에도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구축 △집배부하량 산출 시스템 개선 △조직문화 혁신△집배원 업무완화를 위한 제도 개편 △우편 공공성 유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정 확보 등이 7대 정책권고안에 담겼다.

노광표 기획추진단장은 “과중노동과 과로사 뒤에는 인력충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안전시스템과 조직문화 문제가 있다”며 “이번 권고안이 집배노동자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획추진단 전문가위원들은 권고안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이행점검단을 운영한다. 점검단은 2년간 활동하면서 권고안 이행 현황을 분기별로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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