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기자
굽이굽이 산길 돌아 한데 모인 사람들이 연신 구호를 외쳤다. 붉은색 머리띠 묶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삼삼오오 모여 토론했다. 앞길을 모색했다. 산과 바위, 흐르는 물길 어우러진 절경 앞에서다. 저물녘 얼마 남지 않은 볕이 맞은편 산허리를 올랐다. 노란 가을빛 물든 동강 변으로 노동조합의 지도위원들은 걸었다. 대의원대회 자료집이며 거기 뿌려진 온갖 선전물을 품었다. “사회적 대화는 수단이다. 참여 여부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주체라는 긍지를 가지고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호소한 참이다. 평평한 돌을 찾아 앉았다. 손짓 섞은 말이 강변에서 오래도록 깊었다. 눈은 자주 먼 산을 향했다. 저문 강에 노랗고 붉은 산이 곧 스러지고 검푸른 하늘이 대신 짙었다. 검은 강에 반짝, 반달이 흔들렸다. 첩첩산중에 이른 어둠, 거기 환한 불 밝혀 눈길 잡아끈 너른 강당에서 의사봉 소리가 끝내 울리지 않았다. 세찬 물살 유명한 동강이 반달 품고 더없이 잔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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