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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같은 사무실, 짧은 휴식시간, 들쑥날쑥 출퇴근시간…] 콜센터 노동자들 "화장실 갈까 무서워 물도 못 마셔요"이용득 의원, 증언대회 열어 … 성희롱·노동감시·근기법 위반 증언
   
▲ 최나영기자
“닭장처럼 짜인 사무실에서 하루에 많게는 180명과 통화를 합니다. 쉬지 않고 콜을 받아 내야 하니 주변에 앉아 있는 동료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삽니다.”

지난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비롯한 노동단체들이 연 ‘콜센터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에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콜센터 상담원 정은선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증언대회에는 삼성전자서비스와 애플 협력업체, 서울시 시정상담 서비스기관이라는 타이틀을 단 120다산콜재단, 여러 대기업의 콜센터 운영을 대행하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상담원이 참석해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고발했다. 성희롱을 당하거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휴식시간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요”

정은선씨는 성희롱에 노출된 여성 상담원 사례를 소개했다.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여 주며 원격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이 있었지만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신입이던 어린 여성 상담원이 너무 놀라 하루 종일 울고 며칠 동안 마음고생을 했다”며 “고객이 성희롱을 해도 상담원은 서비스를 거부할 권한도 없이 성희롱을 그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1년10개월 정도 근무했던 동료에게 입사 전에는 없던 천식이 생겼다”며 “너무 힘들어 업무를 못하는 지경이어서 연차를 내려고 하면 ‘지금 가서 쉰다고 그게 나아?’ 하는 식의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고 전했다.

애플 협력업체 콜센터 상담원인 이혜진씨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애플은 국내 상담업무를 협력업체 두 곳에 맡겼다. 상담원들은 애플 제품과 아이튠즈앱 결제를 비롯한 애플장비 사용 전반에 대한 고객상담을 한다. 이씨는 “애플은 글로벌 IT업체지만, 처우나 노동환경은 글로벌 수준이 아니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애플 협력업체 상담원들은 하루 30분 주어지는 휴식시간에 화장실을 가고 물을 마신다. 그마저도 1회에 15분을 넘길 수 없다. 휴식시간을 관리자가 불승인할 수도 있다. 이씨는 “휴게시간을 승인받았다 해도 인원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과 휴게시설로 인해 화장실에 가지 못하거나 서 있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쉬지 않고 말을 하면 목이 아픈데 화장실 가는 것이 걱정돼 물을 마실지 말지 고민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정하지 않은 점심시간과 출퇴근시간, 노동자 의사대로 사용할 수 없는 연차휴가, 좁은 업무공간, 환기시설 부족을 지적도 이어졌다.

근무환경이 이렇다 보니 상담원들의 이직율은 높았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에서 일반 사무직으로 일하는 이윤선씨는 “근무지에 7천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매달 500명이 퇴사하고 500명이 입사해 1년이 지나면 직원이 통째로 물갈이되는 수준”이라며 “회사도 신입을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쉽기 때문에 상담원이 오래 근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간접고용 구조가 열악한 노동환경 만들어”

참석자들은 하도급 구조 탓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선씨는 “대기업은 대부분 콜센터를 직접 운영하기보다 전문업체에 맡긴다”며 “대기업은 협력업체에 실적 압박을 하고, 협력업체는 원청 요구에 맞추기 위해 상담원들을 괴롭히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콜센터 노동자 감정노동 문제의 대부분은 간접고용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데 감정노동자 보호에 관한 내용이 담긴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빠졌다”며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은 올해 4월 개정돼 이달 18일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사업주에게 고객응대 노동자가 폭언이나 폭행 같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조치를 하도록 했다. 노동자가 고객에게 폭언 등을 당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전환하는 조치를 하고, 노동자가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업주 의무를 규정했지만 원청 책임을 묻는 조항은 없다.

고병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사무관은 “원청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 법에 담겨 있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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