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 되고 싶으면 자기한테 잘하라고 하더군요. 해외출장 때 고급 양주를 구입하라고 요구하고, 자기 아들 영어숙제를 하라고 했습니다."

"채용공고도 그렇고 계약할 때도 주 35시간이라고 듣고 입사했습니다. 출근했더니 40시간 근무를 시켰고, 국가공휴일에도 일하게 했습니다. 대체휴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꺼냈다가 '강요할 수는 없으니 쉬고 싶으면 쉬어라. 대신 너는 거기서 끝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직장갑질119가 14일 발표한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갑질 사례 중 일부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받은 제보 중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갑질 141건을 분석했더니 피해의 65%(91건)가 비정규직에게 발생했다. 비정규직 중에도 계약직 제보가 42건(30%)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민간위탁(17%)·무기계약직(8%) 순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기준이 업무의 상시·지속 여부가 아니라 관리자 마음먹기에 따라 이뤄졌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전환 평가가 시작되기 전 해고되고 찍혀서 해고됐다거나 재계약을 안 해 주겠다는 협박을 당했다는 유형의 제보가 있었다"며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계약직들의 제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보육시설·상담센터처럼 민간위탁 시설에서 발생한 갑질은 수위가 심각했다. 직원을 해고한 뒤 친인척을 채용하거나,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도 무려 9년이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다 끝내 해고한 연구소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민간위탁업체를 실태조사해 위법을 발견하면 처벌해야 한다"며 "정부기관을 통한 갑질제보나 공익신고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가 보복하면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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