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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문제다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차등 문제는 지금 국회에 많은 법안이 제출 돼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고, 국회에서 마침 논의의 장이 열리니 정부도 참여해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누구의 말일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어느 정부부처 장관이 한 말이다. 뉘앙스로 봐서 아마도 경제부처 책임자의 발언이 아닐까하는 짐작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런 발언 정도를 가지고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장관의 의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정말이지 그러리라 희망한다.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던 터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종과 지역에 종사하는 노동자일수록 최저임금 적용 필요성이 큰 저임금 노동자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이런 점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들도 하나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최저임금제도 개악안(지난 5월 이미 통과된 개정법)보다 더한 개악안에 대한 명확하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벌써부터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장관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해 ‘전 장관은 친노동자 성향’ 운운하며 비교하거나 왜곡된 의미를 부여하는 데 혈안이다. 이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최저임금제도의 처음이자 마지막 지킴이’로서 모습을 보여 줬으면 어땠을까. 마침 장관을 두고 “노동개혁은 어려워졌다”는 노동계 다수의 비판도 말끔히 지울 수 있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서는 까닭은 이재갑 장관의 대정부질문에 답변에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은 논의했으나 부결됐고, 지역별 차등화에 대한 것은 주무부처인 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때문이다. 소식을 접한 현장 노동자들 대부분은 아마도 “그러면 그렇지, 결국엔 차등화되는구나” 하고 탄식했을 게다. 나아가 “노동부 장관이라고 별 수 있겠어?”라고 체념했을 게다. “아닙니다. 노동부는 차등화에 반대의견을 분명히 합니다” 하고 밝혔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지금이라도 밝혀야 한다. 시시때때로 반복하는 ‘반대한다’는 부처명의의 단순 의견표명이나 인사청문회 준비용 서면이 아니라 책임자로서 현장의 의문을 지워 버릴 정도의 확고한 의지 표현이 필요하다.

이참에 묻고 싶다.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정부 책임자가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해 사실상 ‘할 수만 있다면 하겠다’고 공식화한 마당이다. 경제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기조에 반대하는 것인가? 흔히 말하는 ‘정부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으로 봐야 하는가? 아마 노동현장에 이는 불안감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정부의 모호한 입장이 더 크게 작동하고 있다. 요컨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을 얼마만큼, 왜 올려야하는지, 그리고 만약 재원이 필요하다면 그 재원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에 관해 아직도 고민이라면 과연 정부가 밝힌 정책기조가 기조인지조차 의문이 아닐 수 없다.

6월20일 매일노동뉴스에서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긴급좌담을 개최했다. 좌담회에서는 그야말로 노동정세에 대한 ‘시급’함이 묻어난다. 노동계를 대표한 양대 노총 정책본부장은 각각 “정부 노동라인 한계, 대통령이 나서야(이주호)” “기재부 손보지 않고 노동존중 사회 없다(정문주)”며 정부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불안하다. 왜냐하면 앞으로가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름의 능력으로 좌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해석해 봤다. 결국 “경제부처의 힘에 눌려 제대로 된 노동정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길게 풀어 본 최저임금 차등화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예상컨대 최저임금 논란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최저임금 차등화는 간신히 넘기더라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대선공약은 기약 없는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

지금이라도 경제논리에 노동이 종속되는 현재의 구조를 깨고 견제와 균형을 바로잡아야 노동존중 사회가 가능하다. 현장 노동자들이 신임 노동부 장관에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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