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우리에게 정규직을 시켜 주겠다고, 제대로 된 일자리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예전처럼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언제 해고될 지 몰라 가슴 졸이며 살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바보 같았던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님, 답을 주십시오.”

박영희 공공운수노조 잡월드분회장이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하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분회 조합원 130여명이 4시간 시한부파업을 하고 삭발식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박 분회장의 머리카락이 잘리기 시작하자 조합원 사이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최준식)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켜라"고 요구했다. 최준식 위원장은 “자회사 방안은 바람직한 정규직화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잡월드는 이달 자회사 전환채용 절차에 들어갔다. 이달 중 시설·경비·청소 노동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고, 다음달 전시체험관 강사들을 자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분회는 “협의 과정에서 용역노동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김현준 노조 마사회지부장은 “원청 마사회가 앞에서는 노·사·전문가 협의를 하지만 뒤에서는 자회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다른 사업장들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쟁점사업장이 직접고용으로 전환될 때까지 공동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성 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은 예외 없이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사망사고가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된 발전소에서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청와대에서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했다. 노조는 16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정규직 전환 쟁점사업장 집중 결의대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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