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국민 10명 중 7명(66.9%)은 대체형벌 도입을 전제로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형벌로는 최소한 수감기간을 30년으로 하는 상대적 종신제와 범죄 피해자·유가족에게 보상을 병행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국회 생명존중포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16회 세계사형폐지의 날 기념식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형제 폐지 찬성 20.3%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도우 경남대 교수(경찰학과)가 ‘사형제도 폐지·대체형벌에 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국민인식조사는 인권위 의뢰로 지난 8~9월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사형선고 오판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9.9%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입장은 20.3%(당장 폐지 4.4%·향후 폐지 15.9%)에 그쳤다. 유지하자는 의견은 79.9%(유지하되 신중 59.8%·더 강화 19.9%)였다.

사형제도 유지 응답자 중 15.6%는 “대체형벌이 아직 도입되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형제도 폐지 응답자 중 11.6%는 “다른 형벌로 대체할 수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대체형벌을 전제할 경우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은 66.9%로 크게 뛰었다.

대체형벌에 관해서는 절대적 종신형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결합하자는 의견이 82.5%로 가장 놓았다. 절대적 종신형 78.9%, 무기징역 43.9%, 상대적 종신형 38.0% 순이었다.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이나 사면·감형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 종신형을 말한다. 상대적 종신형은 이를 허용한다.

김 교수는 “대체형벌 도입을 전제로 할 때 일반 국민은 사형제 폐지에 더 많이 찬성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사형제 폐지와 관련한 적절한 대체형벌 마련에 많이 공감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향후 정책적용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수립 이후 공식 사형집행 통계 없어

이덕인 부산과학기술대 교수(경찰경호학과)는 ‘사형의 대체형벌 제도 논의와 도입 가능성 검토’ 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우리나라에는 사형집행 공식통계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수립 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민간법원에 의한 사형집행 인원은 최저 900명에서 최고 1천634명으로 들쑥날쑥하다. 법무부가 국정감사에서 밝힌 인원은 923명이다. 군사법원에 의한 사형집행 인원은 제대로 알 수조차 없다. 최소한으로 잡았을 때 제주 4·3사건 288명, 여순사건 588명, 한국전쟁 부역자 467명 등 1천34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교수는 “형벌제도로서 사형에 내포돼 있는 치명적 결함을 사회 일반에 공지하려면 공식적이고 실증적인 통계자료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체형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사형이 주는 민감성 때문에 사형의 존폐에 관한 결론이 분명히 제시돼 있지 않다”며 “다만 그간 논의들을 보면 절대적 종신형과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절대적 종신형보다는 상대적 종신형에 손을 들었다. 그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의 대체형벌로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적 관점에서는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고 가석방을 허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감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경우에는 범죄 피해자나 유가족이 일정하게 만족할 수 있는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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