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KTcs 소속 판매직원은 KT 제품만 판매해야 합니다. 그런데 롯데하이마트는 SK·KT·LG 판매비율을 정해 딴 회사 제품까지 팔라고 강요해요. 자사제품을 많이 팔아도 타사제품 판매실적이 낮으면 압박을 가합니다. 원치 않는 매장으로 이동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롯데하이마트가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였다.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롯데하이마트 불법파견 문제가 제기된 이후 인력공급업체 소속 판매직원에 대한 업무지시가 줄었지만 강도만 낮아졌을 뿐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딴 회사 제품 판매 강요는 기본이고 상조보험 판매·재고조사·홍보물품 정리, 심지어 손님이 많을 때는 이중주차 서비스까지 시키는 매장이 있다”고 폭로했다.

상조보험 발급하면 퇴근시켜 준다고?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가 삼성·LG·대우일렉트로닉스·만도 등 납품업자로부터 인력공급업체 소속 판매사원 3천846명을 전국 460여개 지점에 불법적으로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사원 파견업체 중에는 지난해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 불법파견 논란이 인 아람인테크도 포함돼 있다.

이정미 의원은 “대규모유통업에서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인력공급업체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 가전제품 판매를 하는 경우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파견대상업무 위반”이라며 “롯데하이마트의 판매직 3천846명은 불법파견”이라고 말했다.

파견법 시행령(별표1)은 근로자파견대상업무 중 하나로 '기타 소매업체 판매원의 업무'를 명시하고 있다.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에 의하면 기타 소매업체 판매원의 업무에는 화장품·건설자재·연탄·시계·귀금속·운용용품·자전거 등 일부 상품판매 업무가 포함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가전제품과 음료·식료품을 파는 업무는 파견법상 파견대상업무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롯데하이마트를 비롯한 대다수 대규모유통업체는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판매사원을 공급받고 있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에서 종업원을 파견받아 자기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대규모유통업자가 파견된 종업원의 인건비를 부담하거나 납품업자 등이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이 고용한 종업원의 파견을 요청하는 경우 사전 서면약정을 통해 허용한다. 단 판매사원은 납품업자 등이 납품하는 상품만을 판매·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하이마트에서 전자제품과 휴대전화 등을 파는 직원들은 롯데하이마트 직원의 업무지시에 따라 딴 회사 제품을 판매하고 본사 직원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하이마트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한 B씨는 “하이마트 직원이 해야 하는 일을 인력공급업체에서 파견된 판매직원에게 시키는 일이 많다”며 “타사제품인 휴대전화·안마의자·정수기 판매는 물론 하이마트 제휴카드까지 발급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정의당 비정규 노동 상담창구 ‘비상구’에 따르면 영남권 하이마트 지점 점장은 단체카톡방에 “전 직원, 상조보험 권유 철저히”라며 “오늘, 내일 상조보험 발급시 즉시 퇴근시키겠다. 선착순 3명”이라는 글을 올려 보험판매를 독려했다.

불법파견 논란 일자 하드디스크 수거

이정미 의원은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의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며 이동우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 간사단회의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당시 이 의원이 불법파견 문제를 거론하자 롯데하이마트는 판매사원에 대한 업무지시를 금지했다.

최강연 공인노무사(정의당 비상구)는 “롯데하이마트는 각 매장별 단체카톡방에서 업무를 지시하고 근태관리와 세일즈마스터 시험까지 관장했다”며 “지난해 비상구에 제보가 들어오고 이정미 의원이 문제를 지적한 뒤 제보자로부터 본사가 매장 근태관리 등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수거해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롯데하이마트는 계속 업무지시를 하고 있었다. 이재연 KT새노조 KTcs지회장은 “올해 6월 노조설립 이후 하이마트에 갑질문제를 제기했다”며 “이후 각 매장별 단체카톡방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노조 KTcs지회에는 하이마트를 비롯한 대규모유통업체에서 KT 휴대전화와 모바일 상품을 판매하는 KTcs 소속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이 지회장은 “KTcs 소속 판매직원들은 KT 제품만 판매해야 하는데도 각 매장들이 SK·KT·LG 제품 판매비율을 정해 타사제품을 판매시키고 있다”며 “자사제품 판매실적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롯데하이마트 직원 강요에 타사제품을 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장에서는 ‘KT 제품만 파는 사람은 필요없다’거나 ‘너희 제품만 판매할 거면 나가라’ 등의 폭언도 다반사”라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노동부 “전자제품 판매, 파견대상업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전자제품을 포함한 가전제품 판매가 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지난달 이정미 의원에게 회시한 답변에서 “인력운영 형태가 실질적으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및 근로자파견사업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전자제품 등 가전제품 판매 업무나 음료·식료품 판매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파견대상업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형사처벌 및 직접고용 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규모유통업 사업장에서 원칙적으로 납품업자 종업원 사용이 제한되는데, 예외적으로 대규모유통업자에 납품할 상품만을 판매하는 경우 허용된다”며 “인력공급업체가 납품상품을 판매하는 자가 아님에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노동부가 대규모유통업의 불법적 간접고용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납품업체 제품을 파는 판매직원에게 타사제품 판매는 물론이고 업무지시를 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며 “청원이나 제보를 통해 문제가 지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간혹 이사나 혼수로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납품업체에 상관없이 상담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는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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