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균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

대상판결 : 서울동부지법 2017가합108910 손해배상(기)


1. 사실관계

원고들은 피고 삼성물산 주식회사(옛 삼성에버랜드 주식회사)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2010년 1월께 노동조합설립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2011년 7월께까지 노조설립을 위한 회의와 교육 등을 진행한 뒤 같은해 7월12일 설립총회를 개최해 삼성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하루 뒤 삼성노조는 관할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쳤고, 원고들은 위원장·부위원장·사무국장직을 각각 맡았다.

원고들은 그해 8월26일 에버랜드 입구 근처에 있는 백합보안실 앞, 기숙사 인근 캐리비안베이 보안실 앞, 정문 통근버스 승차장 부근에서 근로자들에게 삼성노조가 설립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유인물을 배포하려고 했으나, 피고 소속 관리직원과 경비직원들은 유인물을 받은 근로자들에게서 유인물을 수거하거나 근로자들로 하여금 유인물을 받지 못하게 했다. 다음날 백합보안실 앞에서 캐리비안베이 근무복을 입은 직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피고 회사 관리직원들에게 제지당했다. 그 후 원고들은 2011년 9월9일과 9월16일에도 기숙사 현관 앞으로 가서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피고 회사 근로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려 했지만 피고 관리직원과 경비직원들은 원고들의 접근을 막고 유인물 배포행위를 제지했다.

삼성노조는 피고의 유인물 배포 제지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지만 경기지노위는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삼성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1년 9월16일의 유인물 배포 제지행위에 대해서만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일부인용 결정을 했고, 이에 삼성노조는 기각된 부분에 관해 소를 제기해 결국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내용의 판결을 받은 뒤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편 피고 회사는 2011년 7월18일 원고 조장희를 해고하는 처분을 했고, 원고 박원우에게는 감급처분을, 원고 백승진에게는 정직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 조장희와 삼성노조는 원고 조장희에 대한 해고처분에 관해 경기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결정을 받았고, 다시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결국 원고 조장희와 삼성노조는 법원에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해 2014년 1월23일 승소 판결을 받고, 해당 판결은 2016년 12월29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원고들은 위와 같은 피고 회사의 유인물 배포 제지행위, 원고들에 대한 부당징계, 최저고과 부여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했고 특히 원고 조장희의 경우 해고 기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성과급·파크이용포인트·복지포인트, 우리사주 청약기회 상실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그 손해의 배상을 구했다.

2. 판결의 요지

먼저 법원은 피고가 원고들의 유인물 배포행위를 제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로서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인정되고, 이로 말미암아 원고들은 단결권을 침해당하는 무형의 손해를 입게 됐으므로 피고는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관련 행정소송 사건에서 모두 유인물 배포 제지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됐고, 피고 회사의 인사그룹 차장인 김○○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 1천만원의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피고의 단체급식부 차장 임○○은 2011년 6월20일 삼성에버랜드노조를 설립하고 같은해 6월29일 피고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삼성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무력화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회사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을 통해 삼성노조를 와해시키려고 시도했고, 그 일환으로 유인물 배포행위도 제지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음, 법원은 원고 조장희를 해고하고, 원고 박원우에게 감급처분을 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즉 원칙적으로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해 무효라는 사유만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해고 등 불이익 처분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로 고의로 어떤 명목상 사유를 내세워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23조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해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 회사의 원고 조장희에 대한 해고처분은 삼성노조 조직 및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원고 조장희를 사업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징계한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불법행위로 원고 조장희가 입은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 박원우에 대한 감급 역시 징계권 남용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배상 범위와 관련해 법원은 원고 조장희의 재산상 손해로 해고 기간 동안의 성과인센티브, 에버랜드·캐리비언베이 이용권 또는 할인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파크이용 포인트, 미지급 복지포인트를 금원으로 환산한 금액의 지급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우리사주 청약기회 상실로 인한 손해의 경우 특별손해로서 피고 회사에게 특별손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피고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 박원우와 백승진의 인사고과 누락 등의 부당차별에 대한 손배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인사고과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3. 판결 비평

본 판결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삼성노조 탄압과 관련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부당한 징계행위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명확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회사가 노조의 구성원인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본 판결에서는 해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범위에 대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것이라면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피고 회사는 원고 조장희에게 성과인센티브·파크이용포인트·복지포인트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종전 대법원 판결(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결국 법원은 부당해고로 인해 해고된 근로자가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모두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금원에 한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본 판결은 원고 조장희가 우리사주청약기회를 상실한 것 자체는 손해로 인정했으나, 이는 특별손해이므로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봐아 피고 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법원은 피고 회사가 원고 조장희를 해고한 것은 우리사주 청약일로부터 3년 전 일이므로 피고 회사에게 특별손해에 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고의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해 원고 조장희를 해고했고, 언제든 복직조치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사주 청약일까지도 그러한 부당해고 상태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피고 회사는 부당해고 유지로 인해 원고 조장희가 우리사주 청약기회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바, 그에 대한 피고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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