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에 따라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한다. 올해 국정감사는 10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국정을 감시하고 바로잡는 국회다운 의정활동을 하는 기간이라 그렇다.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흘러 들어가는 소통창구 역할도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어떤 의제를 다루면 좋을지 노동자들의 기대를 들었다.


은산분리 추진 배후 규명, 채용비리 책임자 처벌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국회의 책무가 막중하다. 금융산업에서 따져 봐야 할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은산분리 완화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36년간 금융규제의 근간이었던 은산분리 원칙이 거대 양당의 담합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규제완화가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양심 있는 국회의원들은 그 뒤에 가려진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은행권 채용비리도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다. 주요 실무자들만 기소되고 최종 결재권자인 행장과 회장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황당한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채용비리로 피해를 본 청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질 수 있다. 원인 제공자를 밝혀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계속되는 수수료율 관치 인하로 구조조정 압박을 맞고 있는 카드산업 문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진짜 지원방안이 무엇인지, 카드산업 고사를 막을 방안은 무엇인지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 초헌법적인 통제로 노동 3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국책금융기관, 나아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기획재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도 끌어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은행 역할 강화, 졸속 사업구조 개편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NH농협 문제, 동일인 설계·시공 제한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산림기술 진흥 및 관리에 관한 법률(산림기술법) 시행령, 고용노동부의 내사 종결로 의혹 확인이 어려워진 KB국민은행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 문제도 반드시 짚어 봐야 한다. 20일간의 기간은 길지 않다. 국회의 분발을 촉구한다.

노동존중 사회 재확인하는 국정감사 기대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문재인 정부의 노동 공약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는 노동개혁 후퇴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태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노동중중 사회’가 말잔치가 아니라 정부에 어떻게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묻고 따지는 국감이 돼야 한다.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어떻게 비준할 것인지 국회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특히 국감을 통해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근혜 식 규제완화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우려가 크다. 제주영리병원 추진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고, 의료기기·제약·바이오헬스 등 의료 분야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의료민영화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올해 국감은 이러한 규제완화 정책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나아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과제를 공감하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런 문제는 국회의원이 호통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대한 신뢰를 만들 수 있는 국감을 기대한다.

국정감사로 재벌 갑질 문제 잡아야
김상민 금속노조 조직실장

김상민 금속노조 조직실장

금속노조는 대표적인 재벌인 현대와 삼성의 갑질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수 있게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대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물량팀과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 협력사 폐업과 비정규직 착취로 이어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가 바로잡히길 바란다. 검찰 수사로 삼성의 노조파괴가 드러나고 있다. 삼성의 노조파괴 문제가 국정감사 이슈로 다뤄져야 한다.

서울에 성진씨에스라는 업체가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들어가는 가죽 시트커버를 생산하는 회사다. 신영프레시젼은 휴대전화 케이스를 사출해 LG전자에 공급하는 회사다. 두 회사 모두 재벌 하청업체인데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원청을 폐업하고, 조합원을 정리해고했다. 재벌 갑질과 하청업체 착취가 만들어 낸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이 훌쩍 넘은 현재 노동존중의 가장 중요한 척도인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는 좀처럼 증진되지 않고 있다. 노동과 관련한 재벌 적폐가 청산되지 않아서다. 법원의 거듭된 불법파견 판결에도 재벌 대기업은 사내하청 불법파견 사용을 계속하고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 거래선을 바꿔 업체를 폐업시키거나, 유성기업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하청업체를 시켜 노조파괴를 일삼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재벌대기업의 불법과 갑질 횡포를 규제할 고용노동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일부 관련된 권고들을 발표했지만 노동부는 한 달이 넘은 현재까지 이행계획은커녕 입장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재벌 갑질 문제가 바로잡히길 바란다.

법 취지 어긋난 카풀 육성정책 추궁 필요
임승운 전국택시노조연맹 정책본부장

임승운 전국택시노조연맹 정책본부장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81조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행위를 금지하며 예외적으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허용하고 있다. “출퇴근 때” 시간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카풀을 표방한 스마트폰 앱이 주말을 제외한 평일 출퇴근시간대를 광범위하게 정해 일반인 운전자를 고용해 불특정 다수 시민에게 알선하는 유사택시 영업을 통해 부당 운송수입을 취하고 있다. 카풀은 출퇴근시간대 자가용 자동차의 운행 억제 및 교통 혼잡 완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인 사이에서 카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지급하는 주유비의 유상운송 시비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유상운송행위와 무관하다. 카풀이 법의 취지에 어긋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 여객운송질서 문란과 택시업계 활성화 저해, 불법 운송행위 조장으로 인한 범법자 양산, 운전자 신원확인 어려움으로 인한 잠재적 범죄 피해 노출 같은 악영향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영업을 목적으로 한 자가용 카풀 불법 유상운송 영업행위를 근절·퇴출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관련부서이자 택시발전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에 자가용 유상운송 영업을 금하는 법의 취지와 일자리 정책, 택시 감차정책, 여객운송질서 등에 어긋나는 카풀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국토부가 일부 여론과 성과 내기에 치우쳐 근시안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집행 막힌 국정과제 바로잡는 국감 만들자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2018년 국정감사는 정부가 국민과 했던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안 되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엄정한 평가의 장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인권·안전·양질의 일자리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공공부문을 운영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적폐 청산과 공공기관·사회서비스 일자리 81만개 확충,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의료·에너지·교통·연금 공공성 강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경영평가제도 등 공공기관 운영제도 개선, 노동이사제 도입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과제 대부분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거나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가 크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제 지침은 폐지됐지만, 단체협약 내용을 지침으로 규제하는 등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지침은 여전히 살아 있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은 구호로도, 정책 목표로도 실종돼 버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책임 후퇴와 기관의 저항 속에 자의적 전환 제외, 묻지마 자회사 추진으로 정책 취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국회가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에 국정과제가 왜 아직도 정책으로 입안조차 되지 않고 있는지, 정책 집행이 어디서 막히고 있는지 책임을 규명하고 대책 수립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과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도록 견제하는 역할이야말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 책무이며 국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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