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때아닌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 카드를 꺼내 들면서 최저임금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업종별 차등적용과 함께 재계 숙원이지만 노동계는 "지역 간 격차 확대를 조장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기상조'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저임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지역별 차등적용에 부정적이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을 둘러싼 정부 내 엇박자를 주도하고 재계 편들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3일 노동계는 전날 김동연 부총리가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했던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 검토' 발언을 강하게 성토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은 논의했으나 부결됐고, 지역별 차등화에 대한 것은 주무부처인 노동부와 기재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미 최저임금위에서도 지역별·업종별 차등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황"이라며 "주무부처도 아닌 기재부가 무슨 자격으로 최저임금법 검토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김동연 부총리가 최근 경제지표가 안 좋다 보니 실현가능성이 없는데도 기업 눈치보기 식 발언을 하는 것 같다"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에서는 모든 전문가들이 지역별 차등적용을 반대했다. 최저임금이 낮게 설정된 지역의 낙인효과, 지역별 노동력 수급 왜곡 우려가 지적됐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은 "해당 업종과 지역에 종사하는 노동자일수록 최저임금 적용 필요성이 큰 저임금 노동자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들도 하나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총리의 지역별 차등적용 발언이 논란이 되자 기재부는 이날 밤 늦게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소상공인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가 제기돼 왔고,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법안도 다수 국회에 계류돼 있어 기재부에서 내부적으로 타당성·필요성 및 실현가능성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라며 "지역별 차등적용 문제는 사회적 대화와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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