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큰 병원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권역별로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다. 대형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뇌심혈관질환 등 시각을 다투는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가 강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 이런 내용이 담긴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복지부는 전국을 70여개 진료권역으로 구분하고, 권역별로 전 국민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다.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기능을 보강하고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예산 977억원을 내년에 지원한다. 공공보건의료 핵심인력 양성을 위해 2022년 3월까지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한다.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처럼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이 발병하면 3시간 이내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체계를 갖추고,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에서 진료를 보면 건강보험수가를 높이는 지역가산제를 도입한다.

종합계획의 핵심은 지역의료 기반을 강화해 생명·건강과 직결된 필수 의료서비스를 지역에서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간 주도로 의료시장이 형성돼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는 필수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그래서 적절하고 빠른 치료를 받는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충북의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한 사망자는 58.5명으로, 서울의 44.6명보다 31% 많았다. 특히 경북 영양군의 치료 가능한 사망자는 107.8명으로 서울 강남구(29.6명)보다 364%나 높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시·도 간 치료 가능한 사망률 격차를 절반으로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에서 "취약한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공보건의료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공공의료 비중이 25% 이상은 돼야 하는데 현재 공공의료기관수는 5.4%(병상수 기준 10.3%)밖에 되지 않는다"며 "진주의료원을 서부경남공공병원으로 복원하고 파산한 부산 침례병원을 공공인수하는 등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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