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장
“LG유플러스에 직접고용된 뒤 좋아진 점이요? 사원증 나온 거요. 이전엔 민원 처리할 때 무시를 많이 당했거든요. 고용이 안정된 거랑. 그거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이종삼(39·사진)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장이 직접고용 소회를 담담하게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인터넷망 관리와 기업서비스 등을 하는 수탁사 직원 1천770여명을 9월부터 직접고용했다. 올해 7월 고용노동부가 LG유플러스와 수탁사의 불법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에 내린 결정이다. 이종삼 지부장도 LG유플러스 수탁사(협력사)에서 일한 지 15년 만에 직접고용됐다.

지부는 올해 2월 설립했다. 2016년 LG유플러스는 인터넷망 관리를 담당하는 수탁사 수수료를 40% 수준까지 줄였다. 그 여파로 2016년 이전 3천여명이던 노동자는 올해 초 1천800명으로 감소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직원 1천770여명 중 현재 1천4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부가 반년 만에 직접고용이라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지난 28일 서울 은평구 희망연대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이 지부장 표정은 밝지 않았다. 직접고용 기대감은 노동조건을 논의하는 노사 교섭 과정에서 무너지고 말았다고 한다. 사측이 교섭에서 기존과 다르지 않거나 나쁜 노동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노동조건 논의를 위한 교섭을 올해 8월부터 지금까지 10여차례 진행했다. 지부는 노동조건 개선을 포함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9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조합원 800여명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 직접고용 한 달 만에 결의대회를 열었다. 요구사항이 무엇인가.

“직군간 차별 없는 평등한 노동조건을 원한다. LG유플러스에는 사무기술·판매영업·사무지원·전임·인터넷망 관리 등 5개 직군이 있다. 이 중 사무기술직 급여를 100으로 보면 전임직은 60~70, 사무지원직은 40~50 정도다. 현재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우리는 40 수준으로 처우가 가장 나쁘다. 수탁사 시절엔 원·하청 노동자 간 차별이 있었다면 이제는 같은 기업 내 직군별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무기술직군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우리는 위험한 업무를 하지 않나. 직군별 노동의 가치를 차별해 서로를 이간질해선 안 된다. 우리는 사무기술직군 임금의 80% 수준을 요구한다.”

- 대기근무 시간 인정 여부도 쟁점이라고 들었다.

“인터넷망 관리 직원들은 업무시간 외에도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돌아가며 대기근무를 선다. 자택 같은 곳에서 대기하다 연락이 오면 출동하는 식이다. 수탁사 시절에도 대기시간은 근무시간에 넣지 않았지만 이동시간은 포함했다. 그런데 LG유플러스는 직접고용한 뒤부터 1인당 관할 범위를 넓혀 이동시간이 늘어났는데도 그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왕복 이동 4시간, 작업시간 1시간을 포함해 총 5시간을 일하게 돼도 수당은 작업시간인 1시간분만 지급하고 있다. 수당은 못 받고 피로는 쌓이고 높은 업무 강도로 위험에 내몰리기는 체제다. 사측은 한 달만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문제가 생기면 개선해 보자며 이를 강행했다. 책상에 앉아 현장 상황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조건을 바꿔 버렸다.”

- 경력 인정을 놓고 부딪힌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직원들은 유·무선 담당으로 나뉜다. 무선 담당 직원이 1차 하청인 수탁사 소속이었던 반면 유선 담당 직원은 1·2·3차 하청이나 개인도급으로 일하다 2010년에 유·무선이 ENP(engineering and network partner)라고 불리는 하나의 수탁사로 합쳐졌다. 사측은 유선 담당 직원이 2010년 이전 1차 하청이 아닌 형태로 일한 경력은 증빙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이 어렵다며 경력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구체적인 서류는 제출이 힘들어도 2010년 수탁사로 통합될 당시 수탁사가 경력을 책정해 놓은 자료가 있으니 경력 증명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사측은 유·무선 담당 직원이 1차 하청 형태로 일한 경력도 실제 경력의 50~80%만 인정하겠다고 한다. 근거가 명백한데 경력을 줄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 회사를 어떻게 바꾸고 싶나.

“안정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모든 조합원이 똑같이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수탁사에서 받은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협상안을 타결해야 한다. 하현회 부회장 면담을 추진하겠다. LG유플러스는 불법파견을 하다 법적 처분을 피하기 위해 수탁사 직원들을 직접고용했다. 협상을 하면서 기대감이 많이 무너졌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9월3일 ‘정규직 채용 환영행사’ 때 ‘여러분이 그동안 회사의 차이, 권한의 차이로 펼치지 못했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조건이 악화됐다.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현회 부회장을 만나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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