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리자는 병역 대체복무요원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다 튀어 들어와 이 XX야. 이렇게 XX 악을 쓰고 얘기해야지 들어 처먹어? 다리 꼬고 있는 거야? XXX야. 다 오늘 출근 안 한 걸로 해 버려."

욕설이 절반인 이 녹취는 전남의 한 식품제조회사 관리자가 대체복무를 하는 산업기능요원들에게 퍼부은 말이다. '욕받이' 산업기능요원들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회사는 산업기능요원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급여에서 기숙사비를 공제했다. 운전 자격증이 없는 요원들에게 지게차를 몰게 했다.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B씨는 자기 담당이 아닌 행정업무를 강요받자 관리자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연구소 책임자는 "재계약을 안 해 줄 테니 나가라"고 했다. 대체복무를 그만두면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에 부당한 업무지시를 견뎠다. B씨는 “관리자의 해고 압박이 1년6개월이나 계속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직장갑질119가 30일 병역 대체복무요원에게 제보받은 직장갑질 피해사례 15건을 공개했다. 10건은 민간회사에서, 5건은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정부는 국가산업 육성·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승선근무예비역 등으로 정해진 기간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6월 기준 방위산업체·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산업기능요원은 1만5천명,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전문연구요원은 2천500명, 해운·수산업체에서 일하는 승선근무예비역은 1천명 정도다.

병역 대체복무요원은 지정업체에서 해고되거나 퇴직하면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하다가 악랄한 갑질을 경험해도 참고 견디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갑질119는 "국가가 필요해서 군 복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이들을 노비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1만6천여명의 대체복무요원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정소연 변호사(법률사무소 보다)는 "대체복무요원들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노동법 위반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며 "병무청은 권익보호 상담관 제도를 활성화해 인권침해나 부당노동행위 관련 고충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익보호 상담관 제도는 병역지정업체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고충상담과 사후관리를 위해 올해 2월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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