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렉스필드CC지부
웅진그룹 계열사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강경 주동세력'을 지목하고 퇴사시키려 계획한 문건이 폭로됐다. 렉스필드는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는 코스관리팀 노동자들이 2012년 아웃소싱에 반대하며 노조를 설립하자 와해 문건을 만들었다. 회사는 “문건에 명시된 노조와해 계획을 실행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노동자들은 “조합원들에게 상습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했고 당시 지도부에 대한 회유와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다”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증거”라고 맞섰다.

노조설립 자진 철회하면 아웃소싱 철회

30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렉스필드 노동조합 설립 보고’ 문건에 따르면 회사는 “코스관리팀 아웃소싱 저지를 위해 설립한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렉스필드CC지부 결성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문건은 노조 설립 직후인 2012년 1월2일 작성됐다.

회사는 1·2안으로 나눠 대응방안을 짰다. 1안은 강경 주동세력 퇴사를 추진하고 온건 조합가입자는 개별 면담으로 탈퇴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상급단체인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와 한국노총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현장 개입을 차단하는 안이 들어갔다. 2안은 자구책 일환으로 코스관리팀 아웃소싱을 철회하는 방안이다. 단 노조가 스스로 설립을 철회하는 것을 단서로 달았다.

회사는 노조 자진철회 유도를 위해 전사적 비상대응체제를 구축하고 대표이사 일일보고와 불법행위 채증계획을 세웠다. 노조 내부 결속력 약화를 위한 조합원 밀착관리·조합원 간 분리관리도 논의했다. 코스관리팀 외 다른 부서 노조가입을 막기 위해 근무기강 확립·현장통제 강화·감성경영 확대를 추진하고 관공서와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해 사전 정지작업을 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과 회사 충성세력 확보방안도 문건에 담았다. 검찰이 27일 발표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사건 중간 수사 결과'로 드러난 삼성의 노조와해 수법과 유사하다.

이동훈 렉스필드CC지부 부지부장은 “2011년 코스관리팀 아웃소싱 전환에 반발해 노조를 설립하자 당시 초대 지부장인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 사무장을 주동세력으로 몰았다”며 “이들에 대한 회유와 압박이 심했고 노노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고 했다.

'주동세력' 지부장·사무장 해고 계획 세워

단체교섭이 한창이던 2012년 2월과 3월 작성한 ‘렉스필드 교섭 진행 관련’ ‘렉스필드 경과보고’ 문건에서도 회사의 노조와해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문건에서 회사는 최고 경영진의 뜻이 “조용히 없앤다”는 것임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하다가 자중지란으로 분열시켜 자멸시키는 방법은 무엇인지, 시끄럽더라도 최단기에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논의했다.

회사는 시나리오를 실행한 흔적을 남겼다. 회사는 문건에서 “5차 실무 및 본교섭을 통한 쟁점사항에 대해 회사안 고수를 원칙으로 교섭하고 있다”며 “노조세력 확산 저지 및 세력 축소를 위해 팀원 면담과 개별접촉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건의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도 나왔다. 이동훈 부지부장은 “2012년 3월 경영지원팀에서 유일하게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 있었지만 팀장 면담 후 노조탈퇴 의사를 밝혔다”며 “당사자인 A씨에 대한 회유와 압박이 심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서 “자율적 의사결정으로 노조에 가입했다”면서도 “팀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우회적으로 탈퇴권유를 받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지원팀에서 유일하게 (노조에) 가입한 사실과 스스로의 위축감에 부담을 안고 탈퇴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팀장님께 탈퇴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주동세력 해고계획은 치밀했다. 문건에는 자필로 “코스팀장과 시나리오(작전)를 짜 이아무개 전 사무장을 1차로, 김아무개 전 지부장을 2차로 해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이 전 사무장을 상대로 흥분을 유도하고 지시불이행으로 징계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이 부지부장은 “코스관리 서무를 주로 맡고 있던 이 전 사무장을 골프장 홀컵관리로 배치했다”며 “회사는 와일드한 이 전 사무장의 성격을 이용해 교섭에서 자극하고 흥분시켜 논란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이 전 사무장은 “노조설립을 주도한 내가 회사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라며 “승진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실제 지시불이행으로 징계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노조설립 후 6개월도 되지 않아 회사가 김 전 지부장을 팀장대행으로 인사발령했다”며 “김 전 지부장은 노조와 회사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노노갈등으로 번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김 전 지부장이 급기야 나를 찾아와 노조를 정리하자고 했다”며 “결국 몸과 마음이 지쳐 2015년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렉스필드 “문건 작성도, 실행도 안 했다”

노동자들은 렉스필드의 노조와해 계획이 웅진그룹 차원에서 논의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렉스필드 노동조합 설립 보고’ 문건에는 렉스필드가 웅진그룹 노무담당자와 노조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겨 있다. 문건이 작성된 다음날인 2012년 1월3일 “1차 그룹 노무담당 노무사인 기조실 인사팀 문아무개 과장과 대응안을 협의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동훈 부지부장은 “문아무개 과장은 당시 웅진그룹 인사팀 노무담당자였다”고 밝혔다. 이 부지부장은 “노조설립 후 렉스필드 대표이사가 네 번이나 바뀌었지만 코스관리팀 아웃소싱은 일관되게 추진됐다”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지시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노조대응 문건 역시 그룹차원에서 논의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회사는 웅진그룹과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렉스필드 관계자는 “2012년 노무담당 과장과 이아무개 전 대표이사가 코스관리팀 아웃소싱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노조 대응문건을 작성했을 수 있다”며 “회사가 문건 작성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문건 내용을 직접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대응문건에 나와 있는 내용은 실행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 작성 과정에서의 웅진그룹 개입 여부에 대해 “그룹 계열사다 보니 상황파악 차원에서 보고가 됐을 수는 있어도 그룹에서 노조대응이나 문건 작성을 지시할 수는 없다”며 “그룹은 대표이사 선임 정도밖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건을 공개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가 전사적 차원에서 자행됐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렉스필드 노조대응 문건에 웅진그룹과의 협의 정황이 들어 있는 만큼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이나 노조 규모와 관련 없이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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