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취임했다. 그가 취임식에서 강조한 노동부 역할은 ‘일자리 문제 해결’이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일자리 안전망 강화도 과제로 꼽았다. 일자리 ‘문제’를 푸는 데 역량을 집중하면서 1기 노동부가 펼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차관을 마지막으로 정부과천청사 시절 노동부를 떠나 5년 만에 장관으로 정부세종청사에 되돌아온 이재갑 장관. 그를 향한 노사와 시민·사회단체의 기대와 당부의 말을 들었다.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기틀 세우길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이재갑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명장을 받자마자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주영 위원장과 노동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 및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체결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연대협약 내용을 주지시키고 아직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설명했다. 나아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등 최근 정부의 정책변화 기류에 대한 현장 우려를 전하며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를 요청했다.

한국노총이 문재인 대통령과 체결한 정책연대협약은 모두 12가지다. 정책협약 제일 앞에 둔 내용이 헌법상 노동기본권의 온전한 보장이다. 이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87호·98호·105호·151호 등)을 조속히 실현하고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정책협약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최저임금 1만원 조기 실현, 부당한 행정지침 폐기, 좋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간단축, 사회적 대화기구 전면재편, 경제민주화, 공적연금 기능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부당한 지침 폐기와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을 제외하면 주요 정책협약들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시기가 늦춰지면서 제도는 개악됐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 적용은커녕 최저임금 적용마저 제외될 위기에 처해 있다. 포스코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기업인 대기업에서조차 자주적인 노조 설립 방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은 불평등 해소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다. 하지만 노조할 권리의 온전한 보장 없이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재갑 장관이 구시대적인 사측의 부당한 노동탄압을 엄단하고 한국노총과 체결한 정책협약을 제대로 이행해 우리나라가 노동존중 사회로 나가는 기틀을 세워 주길 바란다.


좋은 일자리 창출로 고용 개선해야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최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며 국민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임 장관의 최우선 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을 개선하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고용노동행정을 펼쳐 줄 것을 바란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 역할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할 때 각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고용노동정책 수장으로서 경제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의견 청취를 통해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중소·영세 업체들의 경영이 매우 악화됐다. 올해 새롭게 시행된 근로시간단축도 기업들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주 52시간 시대에 맞춰 기업들이 자기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 확대도 단순한 시행령 개정이 아니라 최저임금 제도의 종합개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매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경쟁력 하락의 만성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협력적 노사관계는 노동기본권은 보장하되 합리적 노동조합활동이 정착될 때 실현가능하다. 불안정한 노사관계와 소모적인 갈등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평하고 효율적인 교섭제도를 마련해 안정적 노사관계의 기반을 구축해 주기를 바란다.


노동권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 행보 기대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자본과 자본의 대변인을 자처한 수구언론들의 공세가 거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모자라 업종별 차등적용, 주휴수당 포함 등 추가 개악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미 후퇴한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또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으로 누더기로 만들려 한다. 인구감소와 경기상황에 따른 산업업종별 특성 등을 배제한 채 고용통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참사가 벌어졌다는 선동이 난무한다. 전임 장관이 ‘노동정책’을 우선하다 ‘고용대란‘을 불러왔다는 가짜뉴스가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주장되고 있다. 노동존중이니 소득주도 성장 같은 문재인 정부의 그럴싸한 노동정책 방향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중도반단시키기 위한 자본의 공격이다.

이런 시기에 신임 노동부 장관이 취임했다. ‘관료 출신’ ‘고용전문가’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우려를 신뢰로 전환해야 할 책임은 이재갑 장관에게 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노동부 적폐행정 청산을 위한 권고안부터 이행해야 한다. 불법파견 직접고용 시정명령, 단결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와 같은 지금 당장 가능한 행정조치를 못하거나 미룰 이유가 없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파괴는 삼성자본의 총체적 조직적 범죄임이 드러났다. 삼성과 똑같은 범죄를 포스코에서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노조할 권리를 불법적으로 탄압하는 포스코 같은 현장이야말로 신임 장관이 부당노동행위 엄단의 칼을 빼들고 맨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다. 노동부는 일자리를 앞세워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부처가 아니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전락한 기재부의 하청부처도 아니다. 이재갑 장관이 노동부 본연의 임무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과감한 노동존중 행보를 보여 주길 바란다.


적폐 청산하고 노조할 권리 보장해야
오기형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책위원

오기형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책위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미완의 노동부 적폐청산을 완수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은폐 이외에도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 창조컨설팅 연루 공무원의 파면 무마 문제 등 노동부의 어두운 과거와 위법 사실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를 낱낱이 바로잡아야 행정관료 방패 장관이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협력업체 노조에 대한 원청의 교섭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규직을 기준으로 설계된 현행 법제로는 오늘날의 다양화된 고용형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천차만별인 노동환경에 가장 적합한 해결방안은 당사자 간의 집단적 노사관계, 즉 단체협약을 통해 모색돼야 한다.

협력업체 노조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통해 조직된 노동자들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미조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까지 보장할 수 있다. 노조를 만들면 업체가 폐업되는 현실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방치된다.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을 독려하고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노동은 없고 고용만 있는 노동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다.


하청·파견·비정규직 당사자 마음으로 살피길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각은 큰 기대도, 따뜻함도 없어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신임 장관이 전 정부 시절 했던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재갑 장관이 노동현장에서 고통받는 노동자의 현실과 영혼의 아픔, 생활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알기를 바란다. 책상 위에서만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노동존중은 말로만 하는 구호가 아니다. 장관이 비정규직·하청·파견·최저임금 노동자로 살고 있는 당사자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고용 문제 또한 심각하기에 임기응변식이나 과거 사업을 되풀이하지 않고 현장을 직접 살펴보는 정책을 펴야 한다.

KTX 여승무원 해고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노동부 역할은 거의 없었다. 이것이 노동부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우선 노동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말로만 검토하는 장관, 대통령이나 재벌의 눈치 보는 장관이 되지 말고 진정 노동자에게 사랑받는 소신 있는 장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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