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조직화상황실 실장

자신을 대한민국 서울 근교의 도시인 일산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한 청년은 청중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성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세요. 여러분의 이름을, 목소리를 찾으세요.”

추석연휴 가장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던 뉴스 중 하나는 스물네 살 청년의 연설이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섰고, 그룹을 대표해 리더 RM(김남준)이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각국 대표들에게 들려줬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들의 노래가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를 보기는 했다. 하지만 정작 노래는 가끔 흥얼거리는 딸아이 입을 통하거나, 문득 TV 채널을 돌리다 스쳐 지나가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접했을 뿐이다.

이들의 연설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새로운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발표에 맞춰 마련됐다. 방탄소년단은 유니세프와 함께 “우리의 진정한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캠페인인 ‘러브 마이셀프’로 세계의 아동과 청년들에 대한 폭력의 종식을 촉구했다.

이렇듯 당찬 소년들은 방탄소년단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8월 학생들이 학교보안관들을 해고에서 구해 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학교보안관 제도는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들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기숙사학교인 고양국제고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았다. 이 학생들이 주말에 외출을 하기 위해 정문을 지날 때마다 학교보안관은 “어디 가니? 언제 들어오니? 밥 잘 챙겨 먹고 다녀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따뜻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보안관이 해고된다는 얘기를 듣는다. 보안관은 학교가 아니라 용역회사 소속이다. 다시 말해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였다. 이 학교 보안관은 매년 바뀌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학교 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추진했지만 보안관들은 여기에 포함되지 못했다. 아이들은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었고 불과 이틀 만에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동참해 보안관의 복직과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다. 결국 학생들은 뜻을 이뤄 냈다.

경기도교육청은 직접고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는 교육청 업무라는 변명으로 회피하던 문제를 학생들이 풀어낸 것이다.

그리고 추석연휴가 끝나고 돌아온 일상.

포스코는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문서를 작성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 불법파견을 한 사측을 법대로 처벌하라는 현대·기아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추석연휴 내내 단식농성을 했다. 최저임금은 여전히 동네북이다. 노동자 목소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이런 현실이 나만 불편한가? 아이들은 이상을 꿈꾸지만 기성세대의 일상은 남루하다.

고양국제고 아이들은 묻는다.

“어째서 현존하는 정책 중 단 하나도 우리 보안관님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지요. 왜 그 누구도 잘못된 행정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지요. 보안관님들의 해직 과정에서 노사 간 협의는 존재했는지요.” 아이들의 질문에 누군가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노총 조직화상황실 실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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