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에 기반을 둔 가사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가사노동자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사서비스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서울지역 가사노동자 노동실태와 지원방안’ 최종발표 토론회를 열었다.

앱 기반 가사서비스로 전통적 알선기관 퇴조

김재민 센터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심층면접을 통해 본 가사노동시장의 변화와 가사노동실태’ 주제발표에서 가사서비스 알선 유형 변화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비영리단체나 유료직업소개소를 거치는 전통적 중개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온라인플랫폼 중개 비중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업소개소·비영리기관·애플리케이션업체에 속한 가사노동자 12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했다.

최근 등장한 온라인플랫폼 중개는 이용자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 이용시간(2시간·4시간·8시간), 이용자 집 면적, 정기성·1회성 여부, 가족수, 반려동물 유무, 기본청소·요리·정리정돈·베이비시터·가전청소·이사청소 등 받고 싶은 가사관리 옵션을 앱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선택한 옵션에 따라 가격이 제시되고 최종 서비스 가격이 결정된다. 앱 알선업체는 외주업체에 가사노동자를 의뢰하거나 직접 확보한 가사노동자를 호출한다. 김 연구위원은 “이용자의 가사노동자 선택방식이 다양화돼 있고 가사노동자 역시 원하는 호출을 고를 수 있는 자율성이 존재한다”며 “기존 알선기관이 이용자와 가사노동자 정보를 독점했다면 스마트폰 기반 앱은 이용자와 가사노동자가 상호 정보를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50~70대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이었던 가사 노동시장에 스마트폰과 앱에 익숙한 30~40대 여성노동자가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앱 기반 시장변화에도 노동환경은 열악

하지만 가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대로다. 전통적 알선기관을 통하든 앱 알선업체를 통하든 간에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다. 휴일·초과·야근수당도 받지 못한다. 가사노동자가 날짜와 시간,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노동자율성이 증가하면서 경쟁이 되레 심화하고 있다. 주말까지 일하는 등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현상마저 나타난다. 업무가 표준화되지 못해 이용자 집마다 노동강도가 다른 데다, 원치 않는 정해진 업무 외에 부가노동을 요구해도 거절하지 못하고 추가비용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사노동을 제도화하려면 알선기관이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가사노동자들은 심층면접에서 이를 부담스러워했다. 김재민 연구위원은 “가사노동자들은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내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며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이 고령 여성노동자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가뜩이나 저임금인데 세금을 내면 임금이 줄어든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가사노동자가 근골격계질환이나 호흡기질환에 항상 노출돼 있음에도 안전교육과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김 연구위원은 “장시간 초과노동과 비공식 업무, 노동자율성 확대에 따른 고용관계의 특수고용 전환 가능성 탓에 가사노동자 노동환경이 지금보다 열악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회에 계류 중인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보면 온라인플랫폼 가사서비스 확대와 그에 따른 가사노동자 특성을 고려한 노동권 보호 내용이 빠져 있다”며 “정부는 노동시장 변화를 고려해 법률안을 다시 제시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우선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토론회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본 서울 가사노동자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표대중 공인노무사(노무법인 길)·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권수정 서울시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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