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발생한 경기도 화성 반도체 세정공장 ㈜싸이노스 화재사고 진화 장면. <경기도재난안전관리본부>

2012년 9월27일 경북 구미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10톤의 불산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죽고, 방호복을 입지 않고 출동한 소방관을 포함한 18명이 다쳤다. 불산가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화제 살포가 시급했지만 소방관들은 불산 취급 사실조차 몰랐다. 사고 발생 후 3시간50분간 물을 뿌려 외려 피해가 커졌다. 맹독성 불산가스는 바람을 타고 인근 마을로 퍼졌다. 주민들과 공장 노동자 3천여명이 고통을 호소했다. 공장 주변 농작물은 누렇게 말라 죽었다.

최악의 화학물질 사고로 꼽히는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27일로 6년을 맞았다. 그러나 화학물질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는 87건이다. 74건이 누출사고, 7건은 폭발사고다. 나흘이 멀다 하고 화학물질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영업비밀’ 화학물질 공개 의무화됐는데도
지역사회 대비체계 구축은 '제자리걸음'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화학물질 알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화학물질관리법이 만들어졌다.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되자 기업들은 더 이상 화학물질 취급량이나 보관량을 '영업비밀'이라고 감출 수 없게 됐다.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이전 20%에 머물던 화학물질 정보공개율은 이달 현재 95%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화학물질 사고에 대응하는 지역 대비체계 구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화학물질관리법 7조의2(화학물질의 관리에 관한 조례의 제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화학물질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노동계를 비롯한 민간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화학물질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화학물질 사고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조례의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의무사항이 아니다. 전국 245개 지자체 중 화학물질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를 제정한 곳은 수원시와 여수시 등 37곳에 불과하다.

2015년 11월 황산 누출사고에 이어 올해 9월 이산화탄소 누출사고가 일어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이 있는 용인시에서도 관련 조례가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광명시에서는 유해물질인 톨루엔과 메탄올이 포함된 화학물질을 연간 500톤 이상 배출하지만 관련 조례가 전무하다.

27개 노동·환경·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경북 황산 누출사고와 삼성반도체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등 화학사고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대응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늙어 가는 국가산단 노후설비 ‘시한폭탄’
“산단 노후설비 안전관리 특별법 제정하자”


산업단지 노후설비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1964년 구로수출산업공단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천124곳을 산업단지로 지정했다. 2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가 393개로 35%나 된다.

현재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학사고 원인 중 40% 이상이 노후설비 문제”라며 “2014년 노동부와 환경부가 노후산단 정밀조사와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4년이 넘도록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설비교체와 보수점검 관리를 사업주에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처럼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을 만들어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주 관리실태를 지도·점검하고 설비 교체비용을 보조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다음달부터 산단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 캠페인을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