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연합노조
한국도로공사(사장 이강래)가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 없이 협력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자회사 고용을 밀어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강래 사장은 협의회가 중단된 상황에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자회사 전환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회장을 포함한 노조 활동가 서너 명은 이강래 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26일로 8일째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자회사 전환 거부자는 다른 업무 배치?

이날 노조에 따르면 이강래 사장은 지난 16일 한 지역방송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용역 요금수납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자회사 전환으로 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강래 사장은 “본사 직원을 다해 봐야 6천명 수준이다”며 “약 6천800명 규모의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하게 되면 거기서 오는 갈등과 어려움이 너무 많아서 자회사를 설립하려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회사 방향을 놓고 많은 협의가 있었는데 진통 끝에 자회사로 방향 설정이 됐다”며 “연내에는 확고하게 협의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요금수납원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 5일 일시 중단됐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는 공사측과 노조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전문가 위원이 회의 일시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전문가위원은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에 지금까지의 협의 내용을 보고하겠다”며 “조만간 회의가 다시 열릴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공사의 자회사 설립 노력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공사는 지난 20일께 개별 요금수납원에게 서류를 보내 “요금수납원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통지했다. 문서에는 “전환 거부자는 (불법파견 관련) 대법원 판결 전에는 공사 기간제 조무원(조경·도로관리·청소·조리원) 업무를 수행한다”며 “대법원에서 근로자 승소 판결이 나면 공사 실무직(조무원)으로 고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대법원에서 근로자가 패소한다면 모든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며 “전환 거부자가 수납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 영업소를 운영하는 것은 파견법 위반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요금수납원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2015년 1심과 2016년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노조 "공사, 전문가위원과 절차 무시"

공사는 전문가위원의 동의가 없어도 노사가 합의했으니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5일 전문가위원이 협의회 중단을 선언한 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대표 1명을 제외한 5명의 노동자대표에게 자회사 전환 동의서명을 받았다. 당시 공사 관계자는 “자회사 전환 동의 서명을 근거로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요금수납원에게 보낸 문서를 통해서도 “정규직 전환 합의 당사자는 노·사”라며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전문가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노·사가 합의한 내용으로 효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사는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도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에는 ‘기관 단위의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적시됐다”고 주장했다.

천정기 노조 조직국장은 “가이드라인의 기본 원칙은 협의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고, 자율성은 그 틀에서 부여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공사가 가이드라인을 왜곡 해석했다”고 반발했다. 천 국장은 “공사는 지금도 자회사 전환이 아닌 법원 판결대로 요금수납원을 정규직 전환하면 된다”며 “공사는 대법원이 불법파견 판결을 확정하면 직접고용을 해야 하니 직접고용을 막기 위해 그전에 자회사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 활동가들은 이강래 사장과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점거농성을 이어 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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