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취임하면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바탕으로 한 문재인 정부 2기 고용·노동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전 장관이 산업재해 감축과 근로감독 강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노동시간단축 연착륙을 통한 일자리 양과 질 개선, 격차 해소,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 일자리 안전망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사회적 대화로 성과를 내야 할 과제들이다. 노동계와의 신뢰 구축이 중요해 보인다.

산적한 현안, 성공 열쇠는 사회적 대화

26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참석한 뒤 대전현충원을 참배한다.

이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자리 문제 해결 △노동존중 사회 실현 △사회적 대화 활성화 △일자리 안전망 구축 등 네 가지 과제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용쇼크'로까지 비화한 저조한 고용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내수확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구소득을 증대시켜 내수를 증대시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같은 1기 노동부 정책을 계승·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더라도 근로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일자리 안전망을 튼튼히 구축하는 것도 주요 정책과제로 꼽았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의 핵심은 노조할 권리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장관은 실업자·해고자 노조가입과 공무원 단결권과 관련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현 노사정대표자회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로 합의안이 나오면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는 모든 정책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이다. 조만간 공식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에서 이뤄지는 노사정 대화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노사정 간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소 규모 합의를 도출해 신뢰를 형성하고, 다시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는 등 선순환이 나타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자마자 한국노총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노동계의 부정적 시각을 누그러뜨리고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적폐청산 첫 시험대?

이 장관이 노동계와 신뢰를 쌓으려면 지난 정권의 잘못된 고용노동행정 관행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주 전 장관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내부 적폐청산을 추진하면서 직원들의 저항을 받았다. 노동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조사로 불만이 쌓인 내부를 다독인다는 이유로 이 장관이 개혁위가 권고한 개혁과제들을 덮고 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개혁위 권고 취지를 존중해 성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한 만큼 후속조치를 실행해 노동계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 장관의 적폐청산 의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혁위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당사자 확정을 위한 조사를 토대로 (노동부가) 직접고용을 명령하고, 당사자 간 협의·중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조속히 취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현대·기아차 노사 양측을 만나 비정규직지회가 주체로 참여하는 교섭틀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되레 정규직노조와 함께 사내하청 노동자 특별채용안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동부에 직접고용 시정명령과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며 20일부터 추석연휴 내내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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