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가 지난 2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전 5사에 자회사 강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윤자은 기자>
발전 5사가 자회사 설립을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업체가 프로젝트 작업에 착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노·사·전문가 협의기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원청인 발전 5사가 '자회사 설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비판이다.

발전 5사가 컨설팅을 맡긴 갈렙앤컴퍼니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자회사 강요 문제로 잡음을 일으킨 업체다. 직접고용을 꺼리는 공공기관이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자회사 전문 컨설팅업체와 손잡은 것이다.

18%만 결정됐는데 '11월 자회사 설립완료' 계획

26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발전 5사 공동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 실행 용역 착수보고’ 문서에 자회사 설립 프로세스가 담겨 있다. 11월 초 자회사 설립을 완료하고 연말까지 정규직 전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발전 5사는 최근 노·사·전문가 협의기구 근로자대표들을 불러 자회사 설립 설명회를 하려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게 저지당했다.

발전 5사 간접고용 노동자 7천800여명 중 1천400여명만 전환방식이 결정됐다. 관리자가 협의기구 근로자대표로 참여해 논란에 휩싸인 곳도 있다. 발전 5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중 정규직으로 실제 전환된 인원은 50여명에 불과하다. 박준선 노조 조직국장은 "전환방식 결정속도가 더뎌 발전 5사가 조급해하는 것 같다"며 "자회사 방식을 밀어붙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발전 5사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서명을 받고 있다. 다음달 국정감사 기간에 서명을 취합해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자회사로 결정하세요” 컨설팅업체 때아닌 호황

갈렙앤컴퍼니는 다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노·사·전문가 협의기구에 참여했다. 갈렙이 직접 소개한 경력만 봐도 여수광양항만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관광공사·울산항만공사·원자력안전기술원·원자력통제기술원·국토정보공사·지역난방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 등 10여곳에 이른다.

갈렙은 "컨설팅을 통해 지난해 12월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공공기관 최초로 자회사를 설립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당시 전환 대상자 대다수가 직접고용을 요구했지만 공사측은 "무리가 따른다"며 자회사 설립을 강행했다. 지난해 8월 22~23일 두 차례 노·사·전문가 협의기구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이틀 뒤인 25일 자회사 합의서가 나왔다.

갈렙은 이번 보고서에도 여수광양항만공사 자회사 설립 과정을 참고사례로 넣었다. 프로젝트 매니저 주요 경력에 여수광양항만공사를 언급하며 △노·사·전 협의회(협의기구) 전문가 참여 △자회사 전환 협의 도출 △자회사 설립프로젝트 진행 등의 내용을 나열했다.

관광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A연구소에 컨설팅 연구용역을 맡겼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폐기했다. 그런 다음 갈렙에 새로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A연구소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렙 소속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국잡월드에서 컨설팅을 하고 노·사·전문가 협의기구 사회를 봤다. 노조 잡월드분회는 올해 3월 고용노동부에 “컨설팅업체에서 나온 사회자가 회의를 편파적으로 진행한다”며 관리·감독을 해 달라고 건의했다. 잡월드 역시 협의기구에서 자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갈렙이 사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편향적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며 “공공기관들은 직접고용 회피 수단으로 갈렙 같은 컨설팅업체를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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