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으로 일하는 가전제품 엔지니어(기사) 노동자들이 전국 단위 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자회사 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 대책에 반발해 설립한 청호나이스노조에 이어 사업체를 뛰어넘는 수리기사 노조 출범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청호나이스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회사 방식 비정규직 대책에 비판의식을 가진 가전통신 분야 설치·수리 노동자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를 곧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맹은 정수기·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설치하는 노동자를 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사에 직접고용된 경우도 있지만 특수고용직으로 일하는 이들이 많다. 청호나이스 기사들도 건당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특수고용직이었다. 청호나이스는 올해 5월 자사 정수기·공기청정기를 비롯한 생활가전제품 설치와 AS, 방문판매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나이스엔지니어링을 출범시켰다. 기사들은 자회사에 채용했다.

자회사 방식은 고용불안과 임금삭감을 불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도천 청호나이스노조 위원장은 "경력을 인정하지 않아 급여가 줄고, 시용직이라는 명칭의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하면서 오히려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원청을 상대로 세 차례나 교섭을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연맹은 청호나이스 사례가 다른 가전제품 업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조직화사업에 나섰다. 다양한 사업체에서 가전제품 설치·수리를 하는 노동자들은 조만간 (가칭)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출범을 알린다.

이선규 부위원장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면서 자회사를 만들고, 용역회사와 비슷한 곳으로 옮기라고 하니 노동자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전제품 설치·수리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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