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시간 연장보다 거래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거래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거래시간을 30분 축소시키자는 노동계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사무금융노조(위원장 김현정)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증권노동자 장시간 노동시간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거래소는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6년 8월부터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다.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3시30분에 마감한다. 당시 정부는 거래시간을 늘리면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얼마나 기여했을까.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구기동 신구대 교수(글로벌경영학)는 "마감시간을 연장했지만 거래량과 거래금액 증가의 실질 효과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마감시간 연장으로 시스템거래 및 차익거래 시간이 늘었는데 이는 정보 획득에 취약한 일반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증권거래는 거래시간 길이보다 시황(정보)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에 따르면 거래시간 연장 직전 24개월과 이후 24개월간 월평균 주식 거래량을 비교했더니 코스피 상장주식수는 15.1% 증가했으나 월평균 거래량은 오히려 9.95% 감소했다. 월평균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상장거래비율은 21.9% 감소했다. 코스닥도 상장주식수 증가량보다 거래량 증가 폭이 작은 탓에 상장거래비율이 0.37% 줄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토론에서 "늘어난 거래시간을 맞추기 위해 사전준비로 최소 1시간에서 2시간까지 준비를 해야 하고 노동자는 조기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증권업 거래시간 연장은 장시간 노동과 건강 위험·위해 요인이 되기 때문에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노조에 따르면 증권사 노동자는 대개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일한다. 개장시간 1~2시간 전부터 일을 해야 해서 조기출근이 잦고, 주식시장이 종료하더라도 유관기관들로부터 시장 관련 자료를 전달받은 오후 5시께 정리업무를 한다. 연구소가 올해 4~5월 금융권 자금중개 분야 노동자 노동시간을 조사했더니 1주 평균노동시간이 52.5시간이었다.

김현정 위원장은 "2016년 주식 거래시간 30분 연장으로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퇴근시간이 1시간 이상 늦어졌고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만 이대로라면 위반 사업장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증권산업 제도개선과 증권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주식 거래시간을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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