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플래닛에서 분사해 SK텔레콤 자회사로 독립한 오픈마켓 11번가가 노조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6월 SK텔레콤이 11번가 분사를 공시한 직후 11번가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회사는 노조를 11번가 신규법인이 출범하기 전에 만들어진 SK플래닛 내 복수노조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노동자들은 “11번가 소속 노동자만으로 구성된 노조임에도 임금 및 단체교섭마저 거부하며 노조 재설립을 요구했다”며 “노조와해를 위한 명백한 시간끌기”라고 주장했다.

“회사 자의적 ‘노조 아님’ 판단은 월권행위”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소속 노동자들로 구성된 행복공감SK11번가직원연대노조의 조직형태를 문제삼으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과반수노조임을 입증할 수 있는 조합원 명부 공개도 요구한 상태다.

11번가 노동자들은 올해 6월19일 SK텔레콤이 11번가 분사를 공시하자 한 달 뒤 노조를 설립했다. 노동자들은 분사에 따른 노동조건 저하와 보상방안 마련을 위해 특별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은주 노조 사무처장은 “SK플래닛 인적분할에 따른 조합원 노동조건 유지와 지위 저하를 막기 위해 특별교섭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회사는 11번가 직원들로만 구성된 노조가 분명한데도 SK플래닛의 복수노조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이달 4일 독립법인으로 정식 출범했다. 노조는 임금·단체교섭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교섭요구 사실을 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7월11일 SK플래닛에 설립된 기업별노조인 귀 노조가 분할회사로서 출범한 11번가의 기업별노조 지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별도 노조설립을 해야 한다”며 “기업분할시 기업별노조 지위유지 내지 취득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규약변경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노동부는 2001년 “분할로 새로운 회사 설립시 신설회사의 근로자들은 분할 전 회사의 노조와 별도의 노조를 조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다만 노조가 조직적 동일성을 유지한다면 규약변경만으로 노조를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은주 사무처장은 “분사 공시 이후 노조를 설립한 데다, 가입범위도 11번가 소속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실제 SK플래닛에 소속된 노동자가 11번가 노조에 가입한 사실이 없음에도 회사는 자의적 ‘노조 아님’을 판단하는 월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시정을 신청했다.

“SK플래닛·11번가, 별도 노조 설립… 규약개정 말 안 돼

노조는 11번가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노조와해를 위한 시간끌기라고 비판한다. 11번가가 분사하기 전인 2016년 SK플래닛에 희망퇴직 거부자 주도로 SK플래닛노조가 설립됐다. 회사는 노조간부 일부를 전환배치하고 역량향상프로그램(PIP) 교육을 실시했고, 노조 무력화 의혹이 일었다. 이은주 사무처장은 “11번가 노조가 기존 SK플래닛노조의 15배 규모로 커지자 억지를 부리며 노조를 괴롭히는 것”이라며 “노조 해산과 재설립 과정에 노조 힘을 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11번가 전체 직원 1천100여명 중 560여명이 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14일 11번가에 노조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명령했다. 회사는 같은날 노조에 조합원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날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구동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현장)는 “회사가 근거로 제시한 노동부 행정해석은 분사한 기업과 기존 기업에 각각 노조를 설립하는 게 바람직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규약개정을 통해 두 기업을 아우를 수 있는 초기업노조를 설립하라는 것”이라며 “11번가 노동자들은 초기업노조를 설립할 의향이 없기 때문에 기업별노조를 설립한 것이며, 이는 SK플래닛 내 복수노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구 노무사는 회사의 조합원 명부 요구에 대해 “조합비 공제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공을 위해서도 아니고 교섭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명부 공개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11번가 관계자는 “노조설립 당시 SK플래닛에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조가 있었다”며 “조직형태나 교섭과 관련해 노조가 제기한 의문에 공문으로 이미 답변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 명부 공개와 향후 노사관계에 대해 “담당자에게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확인 후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